[기자수첩]증시 고졸채용 박수 받으려면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1.08.0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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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상고 출신"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 금융권이 화답하고 있다.
정부 움직임에 민감한 은행권의 동작이 민첩했다. 은행권은 앞으로 3년간 2700여명의 고졸 행원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수를 뺏긴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업계도 부랴부랴 지난달말 '학력인플레' 해소를 위한 고졸채용 계획을 내놨다. 향후 3년간 약 1063명을 신규 채용키로 한 것. 전체 채용인원의 12.2% 수준으로 지난해(4.71%)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고졸 사원 채용을 늘리는 거야 환영할 일이지만, 정치권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시늉내기'로 끝나지 않을지 염려도 없지 않다.

대부분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고졸 신입사원을 뽑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인원과 시기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기존 채용 계획은 그대로 진행하지만 추가 계획은 미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단 숫자를 내라고 해서 냈지만 숫자가 줄어들 수도 있고 늘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채용될 고졸자들의 처우와 업무도 문제다. 고졸 취업자 대부분이 계약직이거나 임시직인게 현실이다. 또 담당업무도 단순 사무직에 불과하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내용에도 채용형태나 담당업무는 정해져있지 않았다. 회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개인 능력에 따라 영업직이나 관리직으로 이동도 가능하다고 하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임원 승진은 꿈도 꾸기 힘들다. 고졸자들에게 "기회는 주어졌으나 꿈을 크게 가지라"고 격려할 상황이 아니다.

"고졸자들이 계약직이라도 채용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고용의 양(量)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질(質)이다.
등 떠밀려 채용숫자만 늘린다고 학력인플레가 해소되는건 아니다.
학력의 '유리벽'을 없애고 능력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고졸자들에게 또 한번 좌절을 안겨주는 '전시 채용'에 그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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