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IBK 기업은행의 '작은 혁명'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2011.08.0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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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에 고졸 채용확대의 모범답안을 보여줌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잘 하고 있는 은행'이라고 칭찬까지 받은 기업은행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연구대상이다.

기업은행은 무엇보다 다른 경쟁 은행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한국 금융계를 대표하는 거물 CEO들이 하나같이 메가뱅크를 주장하면서 금융지주사의 길을 걷지만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메가뱅크도, 지주회사도 아직은 기업은행의 길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기업은행은 메가뱅크가 아니라 자기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자회사들이 모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춘 뒤에야 지주회사 문제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은행은 영업 전략에서도 많이 다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은행들은 하나같이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지만 기업은행만 늘렸다. 그렇게 하고서도 기업은행의 여신 건전성은 금융권 최고다.



반대로 모든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키코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팔 때 기업은행만 거의 유일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은행원들조차 잘 모르는 상품을 고객들한테 파는 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지금도 실적 독려를 위해 영업점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캠페인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거물급 CEO들이 금융권에 포진하면서 경쟁은 가열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감독당국은 끊임없이 과열경쟁에 대해 경고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실은 이런데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일체의 캠페인과 프로모션 중단을 선언했다. 정도경영을 해 보자는 것이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결과는 대성공이다. 기업은행은 캠페인을 하지 않고도 지난 4월 개인고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은행권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은행을 꼽으라면 단연 기업은행이다. 'MB표 은행' 기업은행에는 대통령의 친구도, 동창도, 정치적 동지도 없다. 조준희 행장조차 평생 소박한 은행원으로만 살았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고졸채용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청년 구직자와 중소기업을 연결시켜주는 '잡월드 프로젝트'를 통해 벌써 3만명의 청년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마련해줬다.

MB정부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현장주의'지만 이를 가장 잘 실천하는 은행이 기업은행이기도 하다. 기업은행은 행장부터 일반 직원들까지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조준희 행장은 "놀아도 현장에 가서 놀라"고 말할 정도다. 실제로 기업은행에서는 영업현장회의나 거래기업들과 갖는 타운미팅 등이 일상화돼 있다.

기업은행 임직원들의 보상은 시중은행대비 임원은 절반수준, 직원들은 80~90%에 불과하다. 시중은행들과 달리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까지 꼬박꼬박 받는다. 정부투자기관 중 자율경영 시범기관이긴 하지만 신규인력 채용 숫자까지 배정받는다.

임직원들의 스펙도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단적으로 임원들 가운데는 외국계 출신은 물론 국내 명문대 출신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수익성 건전성 등 경영지표는 단연 톱이다. 합병 한번 하지 않고서도 총자산이나 당기순익에서 우리 신한 국민은행과 경쟁하고 있다.

8월1일 창업 50년을 맞은 기업은행은 지금 '작은 혁명'을 하고 있다. 고전 '채근담'은 "글은 졸(拙)함으로써 나아가고 도는 졸(拙)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했지만 기업은행의 조준희 행장은 '졸(拙)경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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