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상한 세상' 멍석 깔아준 포털, 대책은?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11.08.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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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블로그 권력/ 포털, 대책마련 고심

"포털에서 파워블로거 뽑아줘서 문제 일으키면 포털에서 책임지게 해야지, 아무나 뽑아주니 문제이죠.(sea**n)"

파워블로거가 유해성 의혹이 있는 상품의 공동구매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거액의 수수료를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사이버세상이 들썩이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는 해당 파워블로거에 대한 비난은 물론 '포털 책임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e~수상한 세상' 멍석 깔아준 포털은 무죄?

"지금 당장 파워블로거 제도를 바꾸거나 규제하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신중하게 다각도로 검토하겠다." (NHN 관계자)

"다른 인터넷 포털들과 공동으로 개선안을 찾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



일명 '베비로즈 사태'로 인해 파워블로거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인터넷 포털들도 이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주요 인터넷 포털들은 파워블로거를 선정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파워브로커'가 양산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많은 회원을 몰고 다니는 '파워블로그 모시기'로 파워블로그에게 과도한 '권력'을 안겨준 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인터넷 포털들은 수년 전부터 경쟁적으로 블로그 활성화를 위해 분야별 파워블로거를 연 수백명씩 선정해왔다.


NHN (187,300원 ▼1,200 -0.64%)가 운영하는 포털 네이버의 파워블로거는 올해만 800명이 선정됐고 2009년 1100명, 2008년 900명(중복 포함)이 뽑혔다. 포털 다음이 2007년부터 선정한 우수블로거는 2500명(다음 블로그·티블로그 대상, 중복 포함)에 이른다.

한 누리꾼은 "파워블로거는 유명 포털의 인증을 받았기에 높은 신뢰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포털은 중개업자로서 책임은 없다고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유명 포털들의 움직임은 매우 신중하다. 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블로거의 공동구매 관련 마땅한 법규가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 사업자가 이를 함부로 제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털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다소 억울하다는 하소연이다.

국세청의 파워블로거 1300여 명에 대한 신원 정보 요구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포털들은 현재 정보통신망법과 국세법이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 사안을 법무부에 의뢰한 상태다. 법무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포털 네이버와 다음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2003년. 이후 해를 거듭하며 블로그 활동이 보편화되면서 블로그의 상업화 논란도 불거지기 시작했다. NHN 측은 "한때 블로그 상거래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적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또 다른 반발이 일었다"며 "플랫폼을 제공하는 네이버가 블로거들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당장 제지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스폰서를 받은 글에 대해 '스폰서드(Sponsored)'라고 명확하게 표시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뚜렷한 구분이 없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간접적으로 파워블로거들을 블로거의 게시물이 광고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대가성 여부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파워블로거가 되는 순간, 변질(?) 시작

포털업체들은 게시물 쓰기 빈도나 인기도, 주목도 등을 고려해 파워블로거를 선정한다. 이렇게 파워블로거로 선정되면 배지를 달아주고, 무제한 용량을 제공하고 무제한 게시판 생성 등을 지원한다.

문제는 파워블로거들이 시사, 문예, 비평 블로그보다 상업적 광고와 연계되기 쉬운 요리, 인테리어, 여행 등에 편중되고 있다는 것. '파워브로커'로의 변질을 돕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털 네이버가 지난해 선정한 파워블로그 중 요리·인테리어·뷰티 영역에서는 134개의 블로그가 선정된 반면, 시사·경제·교육 분야에서는 55개의 블로그가 선정돼 양적인 차이가 나타났다. 다음이 올 상반기 선정한 우수블로그 450개 중 요리·DIY는 약 20%인 80개 수준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많은 이용자들이 생활영역과 친숙한 분야를 선호하다 보니 요리 분야 등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수블로거를 육성해야한다는 사회적 여론에 대해서도 포털 관계자들은 다소 난색을 표했다. 상업적 활동을 하지 않는 블로거를 선정한다고 해도 파워블로거가 되면 자연스럽게 상거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한 파워블로거는 "한번 포스팅하는데 30만원, 업체에서 써주는 원고를 올리기만 하면 20만원을 주겠다는 식의 쪽지나 메일이 수시로 온다"며 "파워블로거에게 유혹이 참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 포털관계자는 "파워블로거에 파워를 준 건 네티즌들"이라며 "이번 베비로즈 사태를 계기로 네티즌들도 홍보성 글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번 더 걸러서 바라보고, 블로거들도 더 책임감을 갖게 활동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윤리적인 상업활동을 자제하는 포털 내 캠페인도 활성화될 조짐이다. NHN 측은 "블로그에 대가를 받지 않고 솔직한 리뷰를 올리는 그린 리뷰 캠페인을 지난해부터 진행해왔는데 앞으로 이를 더욱 강화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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