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를 가까운 해외로 가기로 한 나신상 씨. 요즘 거의 매일 면세점 쇼핑이다. 그러다보니 평소 관심도 없던 환율에 민감해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때 환율은 1100원을 넘었던 것 같은데···. 환율이 그동안 얼마나 떨어진 걸까. 또 앞으로 얼마나 떨어질까?"
나신상 씨는 문득 '환율이 이렇게 떨어졌을 때 외화예금을 들어두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1050원에서 1년 이내에 다시 100원이 오를 경우 수익률은 9.5%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을 1040원으로 전망했다. 추세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다만 1000원 이하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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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연구원은 우선 (그리스 2차 지원안이 합의돼) 남유럽 재정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중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정책을 지속할 경우 국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 미국의 부채문제가 실제로 불거지면 자금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 등을 대외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대내적으로는 김석동 위원장이 올해 외환유동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방안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수출이나 수출기업의 수익성 등이 중소기업 중심으로 악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불안요인들 때문에 환율 변동성도 클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이러한 변동 요인들을 감안할 경우 추가적인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증권사 임원은 "지금은 반등 가능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외환 선물환 시장에서도 1년물이 현재 시세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전수수료는 흥정가능= 신상 씨는 바로 외화예금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남은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예금해 두면 환전수수료도 아낄 수 있고 반등할 때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일단 외환은행에 문의를 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상품설명에 앞서 "처음 예치 시점에 따라 고객에게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는데,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원화가 강세인 현재 외화예금 상품을 추천하기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그는 반등을 확신할 경우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외화예금 상품은 여러 가지. 1년만기의 거치식이 있는가 하면 수시 입금이 허용된 상품이 있다. 만기 전까지 출금을 5회에 한해 허용하는 예금도 있다.
나신상 씨는 예금금리도 알아봤다. 금리는 생각보다 낮았다.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1%를 조금 넘는 정도. 우대금리를 받아도 1%초반대다. 일단 금리는 덤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2009~2010년 초 글로벌 시장이 흔들렸을 때는 1년물이 3.99%(2009년 1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금리가 높았지만 지금은 외화가 풍부해서 금리를 많이 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환율 변동성을 감안해 일단 단기(1~3개월) 상품을 가입하고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자동 연장해주는 만기 자동갱신을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수료는 얼마일까. 외환은행 관계자는 원화로 외화예금에 가입할 때는 별도의 수수료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환율을 고시할 때 이미 매매 수수료를 포함해 고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화 현찰(달러, 엔 등)로 예금할 때는 통화단위로 1.5%의 현찰수수료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용 씨는 신상 씨의 말을 듣고 바로 은행으로 직행해 1000만원 어치 외화예금을 들었다. 신용씨는 고시된 환전수수료보다 80%나 할인을 받았다. 주거래 은행의 경우 환전수수료도 깎을 수 있다. 환전수수료의 경우 창구 직원에게 재량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