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수 회장 "미래에셋PEF 손실나면 사재털겠다"

머니투데이 임상연, 이명진 기자 2011.07.21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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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긴급회의 손실보장 요구 전격 수용...아큐시네트 가치 3분의 1 토막나야 보장

ⓒ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머니투데이 DB)ⓒ휠라코리아 윤윤수 회장(머니투데이 DB)


윤윤수 휠라코리아 (40,350원 ▲350 +0.88%) 회장이 세계 1위 골프용품업체 타이틀리스트 인수를 위해 용단을 내렸다. 미래에셋사모주식펀드(PEF)의 최대 출자자인 국민연금의 손실보장 요구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전격 수용키로 한 것. 윤 회장이 최악의 경우 사재를 털 것을 약속함에 따라 휠라-미래에셋컨소시엄의 아큐시네트 인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휠라코리아는 오는 22일 산업은행 및 미래에셋PEF, 국민연금 등 FI들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투자협약서를 맺을 예정이며 29일 포천브랜드에 인수대금 12억2500만 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다.



◇윤 회장의 용단, 아큐시네트 인수 급물살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와 미래에셋PEF는 전날 저녁 긴급회동을 갖고 국민연금의 손실보장 요구 등 출자조건에 대해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위원회를 개최하고 미래에셋PEF에 재무적 투자자(FI)중 최대 규모인 2억 달러를 출자키로 결의했다. 다만 출자조건으로 아큐시네트 인수이후 상장실패로 손실을 볼 경우 윤윤수 회장이나 휠라코리아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윤 회장이 국민연금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민연금의 출자는 물론 자칫 아큐시네트 인수 자체가 무산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책회의 결과, 윤 회장은 딜 성사를 위해 국민연금의 손실보장 요구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단 휠라코리아가 아닌 윤 회장 개인적인 차원에서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박종안 휠라코리아 전무(CFO 재무책임자)는 "국민연금이 아큐시네트 인수이후 상장실패로 손실을 볼 경우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출자조건을 내걸었다"며 "아큐시네트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윤 회장 개인적인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투자손실분을 보장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윤 회장의 지분을 담보로 한 것은 아니며 손실이 날 경우 개인적인 자금으로 보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휠라코리아가 국민연금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을 위해 제시한 조건은 드래그얼롱(drag along) 조항과 윤 회장의 휠라코리아 지분 락업(매각제한) 두 가지였다.

드래그얼롱이란 아큐시네트 인수이후 5년6개월 내 상장을 못할 경우 휠라코리아의 아큐시네트 지분을 제3자에게 동반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윤 회장은 또 책임경영 차원에서 아큐시네트 상장전까지 휠라코리아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했다.

박 전무는 "윤 회장은 아큐시네트 인수 후 설혹 경영이 원활하지 않아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휠라코리아의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조건을 (투자자들에게) 내걸었다"며 "그만큼 아큐시네트에 대해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손실보전 없이는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국민연금의 출자 지연으로 다른 FI들까지 주저하자 결국 윤 회장이 부담을 지기로 한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성사될 수 없는 딜이였다"며 "인수대금 지급을 목전에 두고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자 윤 회장이 용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손실보전은 어떻게?.."휠라 주가엔 악재"
휠라코리아에 따르면 손실보전은 미래에셋PEF에 참여한 FI들에 한해서만 이루어진다. 또 손실보전 조건은 아큐시네트 상장실패로 제3자에게 재매각할 때 매각대금이 FI의 투자원금을 밑돌 경우로 한정했다.

아큐시네트의 총 인수대금은 12억2500만 달러로 산업은행 인수금융 5억 달러, 휠라코리아 출자 1억 달러, 미래에셋PEF 5억2500만 달러, 우리블랙스톤PEF 1억3000만 달러로 구성된다. 당초 미래에셋PEF가 국내외 FI들을 통해 6억2500만 달러를 모집할 예정이었지만 블랙스톤이 별도로 출자하는 것을 요구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PEF와 우리블랙스톤PEF는 10년 만기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상환주에 투자비율 만큼 출자한다.

박 전무는 "우리블랙스톤PEF는 미래에셋PEF의 FI가 아니라 별도로 출자할 예정"이라며 "인수대금 초과금액 3000만 달러는 인수이후 운영자금"이라고 말했다.

휠라코리아는 아큐시네트 상장 전까지 PEF에 참여한 FI들의 BW 1억7000만 달러를 인수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셋PEF에 참여한 FI의 투자원금은 약 3억6400만 달러가 남게 된다. 즉 경영 및 상장실패로 아큐시네트를 재매각할 경우 매각대금이 3억6400만 달러를 밑돌면 그만큼의 손실에 대해서만 윤 회장이 사재를 털어 보상해주는 것이다.

박 전무는 "사실상 아큐시네트의 가치가 3분의 1로 떨어져야만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이 국민연금의 손실보전 요구를 받아들인 것과 관련 증권업계에서는 딜 성사를 위해 수용 가능한 조건이지만 휠라코리아 주가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세계적 회사인 아큐시네트의 가치가 5년 내에 3분의 1 토막이 날 확률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며 "다만 최악의 경우 오너가 지분 등 사재를 털 수 있다는 부분은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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