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택지식 분할 사례.
국세청과 국토해양부는 기획부동산들이 부동산을 팔아 치운 후 법인을 폐업 처리하고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수법으로 양도소득세나 법인세 납부 의무를 고의로 회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획부동산 지분 쪼개기 '근절'
국세청 세무조사와 함께 국토부도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그러나 기획부동산들이 법망의 맹점을 파고들어 서로 짜고 치듯 화해 조정을 신청한 뒤 법원 확정판결 후 토지 분할을 일삼아 온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무분별한 토지분할과 부동산 투기, 토지분양 사기를 막기 위해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의 관련 조문을 개정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라도 분할 허가 등을 따로 받아야 분할 신청이 가능하도록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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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지역이 개발 가능한 곳인지 여부와 토지분할 목적에 맞게 이용하는 지도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점검하도록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같은 조건들을 모두 충족했더라도 거래가격이 종전에 비해 지나치게 높으면 국세청이나 관련 부서에서 추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국세청에 공식적으로 업무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정부 조준 피해 봉평면으로 이동
이런 가운데 정부의 조준이 빗나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평창 부동산시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후 기획부동산들의 기승 속에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지난 15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평창군 대관령면과 정선군 북평면 일대 65㎢다. 그러나 정작 기획부동산들의 움직임은 봉평면에서 감지된다.
봉평면에는 프리스타일스키와 스노보드 경기장이 지어질 보광휘닉스파크가 있다. 알펜시아 인근을 타깃으로 삼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제외된 봉평면으로 이동한 것으로 일종의 풍선효과가 생긴 셈이다.
이 지역은 이미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후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 상태다. 지난주 봉평면 흥정리 임야는 첫 경매에서 감정가 2억3288만원의 134%인 3억111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 땅은 주변에 도로가 없는 맹지에 '분묘기지권'(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에 대해 관습법상 인정되는 지상권과 유사한 권리)까지 있어 통상 기피 대상이지만 첫 경매에서 감정가를 넘기는 '이상 징후'를 보였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전화문의 가운데 90% 정도가 분할된 맹지를 샀다가 피해를 본 사례일 정도"라며 "(기획부동산들이) 이미 한번 훑고 지나갔고 봉평으로 옮겨갔는데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봉평면과 진부면도 거래동향을 일일 단위로 파악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최소화하다보니 우선적으로 알펜시아리조트 인근으로 정한 것이며 상황에 따라 지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