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어디 마땅한 외국인 CEO 없나요?

머니투데이 안홍철 인베스트코리아 커미셔너 2011.07.2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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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어디 마땅한 외국인 CEO 없나요?


포천지가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14개 한국 기업이 포함되었습니다. 기업 수로 우리가 세계 8위를 기록했지만 한국경제의 역동성과 탄력성을 감안하면 그것도 부족한 것으로 봅니다.

세계 500대 기업 중에는 외국시장 수입이 국내시장 수입보다 크거나 국적이 다른 동종기업의 인수·합병 때문에 글로벌 경영을 잘하는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둔 기업들이 눈에 띕니다.



미국의 씨티그룹 CEO는 인도인, 알루미늄업체 알코아 CEO는 독일인, 펩시 CEO는 인도인 여성, 코닥 CEO는 스페인인, 하트포드금융그룹 CEO는 아일랜드인 등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호주, 스웨덴, 이스라엘, 남아프리카, 헝가리, 쿠바, 이집트, 모로코, 레바논, 홍콩, 대만, 파키스탄 등 숱한 외국계 CEO가 눈에 띕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 국내시장보다 성장률이 빠른 해외시장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외영업에 익숙한 외국인 CEO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주주들로선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해외영업 수익이 문제인 셈입니다. CEO 외에 COO, CFO 등을 포함할 경우 대부분 다국적기업은 외국인 임원을 두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미국으로 건너가 열심히 일해 집 사고 시민권 얻고 가게를 차리는 것이었으나 이제 그것은 세계적 기업 CEO가 되는 것을 포함합니다.

영국의 바클레이(미국), 의약업체 스미스클라인비첨(미국), 미디어업체 피어슨(미국), 고급 의류업체 버버리(미국), 통신업체 보다폰(이탈리아), 바디샵(프랑스) 등 많은 기업은 외국인, 특히 미국인 CEO를 두고 있습니다.

호주는 웨스트팩 금융그룹 (남아프리카), 칸타스 항공 (아일랜드), ANZ 금융그룹 (영국) CEO가 외국인입니다. 당연히 이들 CEO의 계약은 호주 취업비자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7년 스위스 100대 기업의 이사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41%가 외국인입니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홍콩, 멕시코 기업들도 외국인 CEO를 두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3개 은행 중 UOB를 제외한 DBS (인도)와 OCBC (미국)의 CEO는 외국인입니다.

일본의 경우 소니(미국) 올림푸스(영국) 닛산자동차(브라질) 미쓰비시자동차(독일) 닛폰유리(미국) 등의 CEO가 외국인입니다. 이들은 해외지사를 통합 운영하고, 외국인 경영진을 영입하며,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 일본인 경영자들이 약한 구조조정과 세계화에서 강점을 보임으로써 일본인 주주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경쟁이 심화된 세계시장에서 수요를 늘릴 수 있다면 외국인 경영진을 수용할 의향이 있는 나라가 증가함으로써 내국인과 관점이 다른 외국인 경영진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고, 특히 외국기업간 인수·합병이 심한 의약·생명과학분야에서 두드러집니다.

경제력 세계 12위인 우리는 무역규모 세계 9위 등 해외진출 면에선 탁월하나 세계적 연계성과 통합 및 상호의존성을 나타내는 세계화 면에서는 에이티커니 측정 순위에서 일본에 이은 29위, KOF 측정 순위에서는 싱가포르(17위) 말레이시아(35위) 일본(45위)에 뒤진 57위입니다. 외국인 직접투자에서도 해외로 투자는 22위지만 국내투자 유입은 40위로 밖에서는 세계화를, 국내에서는 국수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일찍이 고국과 가족 곁을 떠나 다른 나라 생활을 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기업가정신을 가진답니다. 한류, 특히 K-Pop이 외국에서 선풍을 일으키는 이면에는 조기유학 세대 및 이민세대의 가요계 합류와 외국인 멤버 영입이 기여한 바가 크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삼성, 현대, LG, SK 등 대기업의 다국적기업화가 진행되면서 조만간 우리도 외국인 CEO를 찾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며, 그러한 다양성은 우리 경제와 문화, 사회 및 정치를 창의적으로 바꿔줄 것입니다. 새로운 지평 (New Horizon)은 평창에서만 열리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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