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줄줄 새는 예산, 정부·정치권 모두 '공범'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1.07.1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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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줄줄 새는 예산, 정부·정치권 모두 '공범'


사례 #1.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교류재단은 2005년에 해외 펀드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까지 투자된 돈은 총 1035억 원. 문제는 이 펀드가 기초 자산의 실질 가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소유권이 미국 은행에 넘어가는 등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펀드 평가액은 933억 원에 불과해 재단은 1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2. 농림수산식품부는 2007년부터 유채기름을 바이오디젤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시범 사업을 벌였다. 지난해 말까지 유채 재배 농가에 지급한 보조금은 총 50억 원. 하지만 연도별 유채 수확량이 목표치의 10.1∼16.0%에 불과해 사업은 중단됐다. 경제성 검토 없이 사업을 벌여 혈세 50억 원만 낭비한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2010 회계연도 결산을 분석한 결과 발견된 예산 낭비 사례들이다. 전체 501개 사업에서 법령을 위반해 예산을 집행하거나 예산을 과다 편성하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예산정책처는 해마다 결산 시즌을 앞두고 이 같은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지난해에도 막대한 예산이 오·남용 된 것이다. 장관이 연간 9억 원에 가까운 특수활동비를 사용처 증빙 서류 없이 사용한다거나 부처가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발주하고 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사례는 단골 지적사항이지만 이번에도 반복됐다.



결산심사권을 가진 국회에도 책임이 있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따내는 데만 열을 올릴 뿐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따지는 것은 관심 밖이었다. 적어도 예산 낭비에 있어서만큼은 정부와 정치권이 '공범'인 것이다. 정치권은 이례적으로 8월 결산 국회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결산 공청회를 열기로 하는 등 결산 심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 연말에도 국회의원들의 예산 따내기 경쟁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확충하기 위해 반려동물 치료비에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방안 등 세원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예산 낭비 관행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아무리 세수를 확충한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나 다를 바 없고 국민 동의도 얻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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