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유업체 정·식품은 지난해 실질적으로는 당기순이익이 났지만 공정위 가격담합 조사로 과징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해 과징금을 미리 쌓아놓는 과정에서 지난해 5억5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났다. 공정위는 정·식품에 실제 지난 2월 9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연간 당기순이익이 15억∼20억원대인 정·식품 입장에선 수년간의 순이익을 토해내야 할 정도로 뼈아픈 금액이다.
매일유업도 잇단 공정위 조사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말 우유로 시작해 두유, 치즈, 컵 커피에 이르기까지 공정위 가격담합 조사에 매번 등장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과징금 수준도 만만치 않아 실적에 영향을 줄 정도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제 빼어든 칼을 다시 한번 올려다 볼 때도 됐다. 서민 물가 불안의 진원지인 가격 담합은 이제 초토화됐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식품기업마다 "앞으로 가격담합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체 예방책을 속속 마련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공정위의 강력한 경고를 시장은 충분히 인지했고, 기업 스스로 바뀌고 있다.
이제 특정업체 뿐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에 관용을 베푸는 것도 검토할 시점이다.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전혀 맛이 다른 라면과 영양성분까지 비교하는 신라면 블랙의 조사를 놓고 "포퓰리즘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를 잡기 위한 칼은 닭이 아니라 소를 잡는데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