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정위 "소 잡는 칼을 올려다 봐라"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2011.07.1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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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담합 조사를 받는 식품업계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유업체 정·식품은 지난해 실질적으로는 당기순이익이 났지만 공정위 가격담합 조사로 과징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해 과징금을 미리 쌓아놓는 과정에서 지난해 5억5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났다. 공정위는 정·식품에 실제 지난 2월 9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연간 당기순이익이 15억∼20억원대인 정·식품 입장에선 수년간의 순이익을 토해내야 할 정도로 뼈아픈 금액이다.

매일유업도 잇단 공정위 조사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말 우유로 시작해 두유, 치즈, 컵 커피에 이르기까지 공정위 가격담합 조사에 매번 등장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과징금 수준도 만만치 않아 실적에 영향을 줄 정도다.



물론 식품업계의 한숨은 자업자득이다. 가격담합이라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식품업체들은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 때문에 서민들의 살림이 얼마나 팍팍해졌는가.

하지만 공정위는 이제 빼어든 칼을 다시 한번 올려다 볼 때도 됐다. 서민 물가 불안의 진원지인 가격 담합은 이제 초토화됐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식품기업마다 "앞으로 가격담합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체 예방책을 속속 마련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공정위의 강력한 경고를 시장은 충분히 인지했고, 기업 스스로 바뀌고 있다.



공정위 조사가 기업 경영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공정위는 이제 수위 조절을 고려할 만하다. 공정위는 가격담합 자진신고자에게 과징금을 50∼100% 감면해주는 '리니언시' 제도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하는 업체에겐 과징금을 물지 않는 제도다.

이제 특정업체 뿐 아니라 식품업계 전반에 관용을 베푸는 것도 검토할 시점이다. 1억5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려고 전혀 맛이 다른 라면과 영양성분까지 비교하는 신라면 블랙의 조사를 놓고 "포퓰리즘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소를 잡기 위한 칼은 닭이 아니라 소를 잡는데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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