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회장, "창업초기부터 회사 DNA를 글로벌화해야"

머니투데이 이현수 기자 2011.07.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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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기획] 88만원 세대를 88억원 세대로

■ 실리콘밸리 이공계 한인모임 '베이에리어 K-그룹' 송영길 회장 인터뷰

송영길 회장은 "한국의 창업가가 안개 자욱한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어야 한다면, 실리콘밸리 창업가는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 스포츠카들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점검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자신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송영길 회장은 "한국의 창업가가 안개 자욱한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어야 한다면, 실리콘밸리 창업가는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속 스포츠카들을 보면서 자신의 위치를 점검할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자신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이공계 한인들의 모임인 '베이에리어 K-그룹'의 송영길(43) 회장은 "모든 시장이 통합되고 있기 때문에 창업초기부터 회사의 DNA를 글로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과 같은 미국 주도의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뼈 속부터 관습의 때를 벗겨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삼보컴퓨터에 근무하던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초저가 컴퓨터 이머신저를 창업해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2003년에는 엔컴퓨팅을 창업, 전세계 11개국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도 했다. 지금은 실리콘밸리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부가벤처스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의 청년 창업가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이유는.
▶글로벌이냐 국내 시장이냐는 과거에나 의미 있던 구분이다. 제조업 시대에나 통했던 말이다. 지금은 지식기반 서비스가 중심이다. 국가간 진입장벽도 낮다. 때문에 모든 것을 해외 지향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와 소셜미디어 등 정보전달통로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큰 돈을 들여야 했던 현지화도 한번에 가능해지고 있다. 국내 시장이 작아서가 아니라 모든 시장이 통합되고 있기 때문에 창업초기부터 회사 DNA를 글로벌화 해야 한다.

-DNA의 글로벌화라면, 현지에서 창업하는 '본(born) 글로벌'이 대안인가.
▶물론 할 수 있다면 현지창업이 좋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위해 수원에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니다. 소재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향하는 고객과 시장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게 정해지면 정보를 모으고 적합한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 많은 창업가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 믿고 준비한다. 그러나 자신이 독자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물 안 개구리이다. 분명 어디선가는 동일한 가능성을 보고 개발중인 업체가 있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경쟁사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



-글로벌진출의 노하우도, 네트워크도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되나.
▶한국의 창업가들은 자의건 타의건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한다. 그러나 찾아보면 한국에도 배울 수 있는 멘토들이 있다. 무작정 해외에 들이댈 용기가 있다면 먼저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거나, 했다가 망해본 경험을 가진 분들로부터 한국에서 배운 뒤 왔으면 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본기를 배우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실리콘밸리 창업의 장점은, 또 방법은 무엇인가
▶경험이 부족해도 엔젤과 벤처캐피탈 등에게 끊임없이 교정을 받는다. 대충 판단했던 실수들도 네트워크 속에서 걸러진다. 추세의 변화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높은 정보력과 긴장감을 유지할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려면 현지 엔젤 등의 펀딩을 받아야 한다. 이 자체가 검증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현지 인재들도 구할 수 있다. 이 곳 젊은이들이 굳이 한국인들과 손 잡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청년 창업가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한가
▶창업가 스스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미국 주도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우리 스스로 뼈 속부터 문화적 차이와 관습적 행동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프라의 경우, 정부 주도의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자칫 좀비성 해외벤처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잘해주고도 도움이 안됐다는 얘기 듣기 십상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3등 이하는 없다. 확실하게 1등, 2등이 되거나 아니면 빨리 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현지 벤처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멘토링 풀을 만들고, 이런 민간 주도 네트워킹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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