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온라인 뉴스와 자극적 광고

머니투데이 장영 인베스트코리아 홍보 전문위원 2011.07.0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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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 온라인 뉴스와 자극적 광고


밋밋한 대머리가 순식간에 풍성한 검은머리로 변하는 사진,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어깨부터 무릎까지 드러낸 사진, 노출된 가슴라인, 블랙헤드가 가득한 코, 속옷 위로 넘쳐흐르는 뱃살.

이 모든 사진은 제가 한국의 온라인뉴스를 읽을 때마다 매일같이 접하는 이미지입니다. 이러한 광고들은 뉴스 홈페이지의 상하, 좌우할 것 없이 웹사이트를 도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플래시로 만들어졌고 스크롤을 하면 위아래로 따라 움직이는 광고도 많습니다. 때로는 '충격! 13kg 감량?!'과 같은 놀랄 만한 문구가 팝업화면으로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극적인 광고들은 순간적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주의가 분산돼 정작 신문기사를 읽는 데는 방해가 되고 맙니다. 신문기사를 이러한 민망한 광고와 함께 내보내는 그 신문사의 수준과 신뢰성에까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신문사들이 광고로 수익을 남겨야 하는 현실은 이해합니다만 외국인의 시선으로 볼 때 한국 신문사에는 불쾌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은 광고와 자극적인 화면이 등장합니다.

미국에서도 타블로이드 신문과 같이 가십기사 위주의 신문에는 조잡한 광고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시사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주요 일간지에 실리는 광고는 통상적으로 대학, 병원, 금융서비스 등 입니다. 광고에 사용되는 사진은 연소자가 관람 가능하고(G-rated) 전문적인 사진작가들이 작업한 것들이며 건전한 메시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렇듯 신문의 등급을 구별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저로서는, 한국의 명망 있는 주요 신문사가 왜 온라인 뉴스에서는 적절치 못한 광고로 인해 스스로를 이류로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의 영어일간지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신문기사를 읽기 위해 클릭하는 순간 눈앞에 나타나는 자극적인 이미지들을 볼 때마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매번 당황하게 됩니다. 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앞다퉈 등장하는 광고들 때문에 기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맙니다. 기사를 읽기 위해 그 많은 팝업광고의 창을 닫는 일이 얼마나 성가신지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자극적 광고의 문제는 다양한 독자가 접하기에 적절하지 못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인터넷에 접속해 뉴스를 읽으며 10대 학생들은 영어공부를 위해 한국 일간지의 영어뉴스를 읽고 있습니다.


직장인인 저도 회사에서 일과 관련해 투자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곤 하는데 이때 '뱃살, 팔뚝살의 지방을 빼서 가슴에'와 같은 문구와 함께 가슴을 팔로 감싸고 있는 반라 여성의 이미지가 등장할 때면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물론 지나가던 사람들이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곤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 동료 중 한 명은 기사만 읽을 수 있도록 윈도를 축소해서 설정해 놓는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나열한 예시들은 실제 등장하는 광고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이미지가 한국 사회 전체의 모습인 양 비쳐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위 있는 주요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뉴스 화면에 부적절한 광고가 함께 등장함으로써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 사회가 이러한 저속함을 공개적으로 용인하는 것으로 비쳐지게 됩니다. 실제 한국 사회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한국은 체면을 중시하고 윗사람에 대한 존경을 중시하는 예의바른 나라입니다. 얼마 전 한 젊은 남자가 지하철에서 할아버지에게 욕설을 한 사건이 알려지자 전국적으로 대소동이 일어났고 주요 영어뉴스 사이트에도 헤드라인으로 올라왔습니다. 저는 그 기사를 클릭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기사가 머리기사가 될 수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잠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스크롤바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내 등장하는 수많은 광고 때문에 기사를 끝까지 읽는데 또다시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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