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은 디지털화의 급전진화에 따라 동종업체간 혹은 이종업체간 왕중왕전 게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0년 간은 동종업체간 지역예선전이 극렬히 전개된 시기였다. 반도체 메모리 경쟁업체 수만 보더라도 2000년 초반 15개 내외에서 현재는 5개 업체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런 치킨게임의 수혜는 한국 메모리업체였고 동기간 시장점유율은 30% 초반에서 60%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세트업체든 부품업체든 한정된 수의 업체만 있는 리그에선 경쟁법칙이 조금 달라진다. 최근 애플의 전략을 보면 마치 프로바둑기사 9단처럼 현란한 수놀림이 느껴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과거 세트업체 5개 이상을 대하는 것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애플은 이미 몇수 앞을 보며 바둑을 두는 셈이다. 결국 이종업체인 세트와 부품업체간 '왕중왕전'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점유율 확대, 치킨게임 주도 등은 너무 진부한 경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현실이 됐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주가는 일반적으로 경기사이클에 6개월 선행해서 움직인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최근 정보의 유통경로가 단기화되면서 이 사이클이 더욱 당겨지고 있다. 그런데 IT업체 주가는 경기 정점에선 3개월에서 1~2개월 선행하는 면이 있고 경기저점에선 동행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IT업체 주식에 투자하려면 타 산업보다 부지런한 면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주가가 상당기간 상승한 시점에 IT산업의 기존 흐름에 문제가 없음에도 주가하락이 급격히 이뤄질 때는 일단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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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종은 경기민감적 산업이라 제품 수급상 공급 우위로 한번 반전되면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매우 높다. 이 부분에서 분기실적이 그런 대로 괜찮고, 밸류에이션상 저평가라는 전문적 식견 등을 비웃듯 주가는 하락하곤 한다. 수급상 공급 우위가 확인되는 시점에 이상하리만치 주가는 그 시점에 저점을 형성한 후 횡보 혹은 상승 반전한다는 점이다. 이번 반도체 메모리업체 주가 역시 이런 전철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