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론스타를 탓하랴 kb를 탓하랴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 대표 2011.07.0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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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나라시대의 우국시인 굴원이 쓴 ‘어부’에는 그 유명한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세상과 타협하고, 현실에 순응해 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구절은 ‘맹자’에서도 인용되지만 해석은 다릅니다. ‘맹자’는 물이 맑아서 갓끈을 씻거나, 흐려서 발을 씻는 것은 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스스로가 모욕했기 때문에 남들이 자신을 모욕하게 되며,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 짓밟히는 것도 스스로를 먼저 짓밟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굴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위는 짓밟혀 그야말로 영이 서지 않습니다. 아무리 정권말기라 해도 아직 1년 반이나 남았는데 이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입니다.

금감원 고위당국자가 외환은행장을 직접 불러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는데도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는 몇 시간 뒤 1조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해 자신들의 몫으로 5000억원을 챙겨갔습니다.



금융위는 김석동 위원장이 직접 나서 여러 차례 간곡하게 kb금융 등에게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금융위의 체면을 그나마 살려 준 곳은 국내 사모펀드 3곳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kb금융 등은 저축은행 입찰에도 소극적으로 나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간 곳은 증권사였습니다. 우리금융은커녕 저축은행 한곳조차 인수해 주지 않는 이들을 과연 한국의 리딩뱅크로 인정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로하지만 상대방은 상반기 실적호조를 자축할 뿐입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위상이 왜 이렇게 까지 추락했을까요. 스스로를 모욕했고, 스스로를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입니다.


론스타의 고배당은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외환은행 노조가 두려웠던지 아니면 ‘촛불’의 아픈 상처 때문인지 단안을 내려야 할 당국자들은 모두 사법적 판단의 뒤로 숨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금융 민영화도 kb금융 등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어설프게 강만수 회장의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짠 게 실책이었습니다. 그로인해 국회는 기를 쓰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조차 못하게 했던 것이지요. 또 kb금융 등은 들러리 설 수도 없고, 강만수 회장의 산은지주와 경쟁도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MBK파트너스(김병주) 보고펀드(변양호) 티스톤파트너스(민유성) 등 토종 사모펀드 3곳만 참여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아쉬움이 크더라도 이쯤에서 접어야 합니다. 이들 펀드를 끌어가는 사람들의 능력이면 우리금융을 경영하고도 남습니다.

문제는 자금동원입니다. 이들이 결국 손 벌릴 곳은 국민연금 등일 텐데 국민연금이 누구 돈입니까. 국민의 돈입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정부가 주인인 우리금융을 인수할 때와 같은 모순에 또 빠집니다. 이건 민영화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펀딩한 돈으로 인수하면 우리금융까지 제2의 외환은행이 되는 심각한 문제가 걱정됩니다.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길 경우 우려되는 엄청난 특혜시비는 어떻게 하지요. 또 다시 청문회가 열리고 검찰이 수사를 하고, 변양호씨와 같은 억울한 사람들이 나오겠지요.

론스타를 탓하지 마십시오. kb금융 등을 원망하지도 마세요. 내가 준 게 되돌아 온 것입니다. 잘못된 원인은 나에게 있습니다. '천도호환(天道好還)'이라고 세상사 모두 되갚음의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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