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절은 ‘맹자’에서도 인용되지만 해석은 다릅니다. ‘맹자’는 물이 맑아서 갓끈을 씻거나, 흐려서 발을 씻는 것은 물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스스로가 모욕했기 때문에 남들이 자신을 모욕하게 되며,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 짓밟히는 것도 스스로를 먼저 짓밟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금감원 고위당국자가 외환은행장을 직접 불러 고배당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는데도 외환은행 대주주 론스타는 몇 시간 뒤 1조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해 자신들의 몫으로 5000억원을 챙겨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kb금융 등은 저축은행 입찰에도 소극적으로 나서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간 곳은 증권사였습니다. 우리금융은커녕 저축은행 한곳조차 인수해 주지 않는 이들을 과연 한국의 리딩뱅크로 인정해야 하냐며 울분을 토로하지만 상대방은 상반기 실적호조를 자축할 뿐입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위상이 왜 이렇게 까지 추락했을까요. 스스로를 모욕했고, 스스로를 짓밟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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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고배당은 이미 예견된 일입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외환은행 노조가 두려웠던지 아니면 ‘촛불’의 아픈 상처 때문인지 단안을 내려야 할 당국자들은 모두 사법적 판단의 뒤로 숨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금융 민영화도 kb금융 등을 탓할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어설프게 강만수 회장의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짠 게 실책이었습니다. 그로인해 국회는 기를 쓰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조차 못하게 했던 것이지요. 또 kb금융 등은 들러리 설 수도 없고, 강만수 회장의 산은지주와 경쟁도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MBK파트너스(김병주) 보고펀드(변양호) 티스톤파트너스(민유성) 등 토종 사모펀드 3곳만 참여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아쉬움이 크더라도 이쯤에서 접어야 합니다. 이들 펀드를 끌어가는 사람들의 능력이면 우리금융을 경영하고도 남습니다.
문제는 자금동원입니다. 이들이 결국 손 벌릴 곳은 국민연금 등일 텐데 국민연금이 누구 돈입니까. 국민의 돈입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정부가 주인인 우리금융을 인수할 때와 같은 모순에 또 빠집니다. 이건 민영화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외에서 펀딩한 돈으로 인수하면 우리금융까지 제2의 외환은행이 되는 심각한 문제가 걱정됩니다.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길 경우 우려되는 엄청난 특혜시비는 어떻게 하지요. 또 다시 청문회가 열리고 검찰이 수사를 하고, 변양호씨와 같은 억울한 사람들이 나오겠지요.
론스타를 탓하지 마십시오. kb금융 등을 원망하지도 마세요. 내가 준 게 되돌아 온 것입니다. 잘못된 원인은 나에게 있습니다. '천도호환(天道好還)'이라고 세상사 모두 되갚음의 이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