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최대 분기배당, 5000억원 또 챙겼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박종진 기자 2011.07.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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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금융당국 '권고' 무시, 외환銀 주당 1510원 배당결정...론스타 투자금 134% 회수

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또 일을 저질렀다. 지난 3월 말에 이어 석 달 만에 다시 거액의 배당금을 받아 챙기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기업 가치를 고려해 적정 수준의 배당을 '권고'했지만 무시당했다. 일각에선 론스타가 스스로 '먹튀 논란'을 유도해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심사를 보류한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환은행은 1일 오후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올 2/4분기 말 이익잉여금 기준 주당 1510원의 고액 중간(분기)배당을 결의했다. 배당금 총액은 모두 9738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론스타 몫은 4968억원이다.



이번 배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진다. 지난 해 2분기 주당 100원으로 결정된 중간배당에 비하면 무려 15배가 넘는다. 지난 해 연간 배당액(주당 1085원)과 견줘도 50% 가까이 많은 액수다.

외환은행은 2분기 현대건설 매각 대금 9000억원을 합해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2분기 순익 대부분을 배당으로 토해내게 한 셈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후 지금까지 1조2000억원(세전)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번 배당액을 합하면 1조7000억원 수준이다. 외환은행 보유 지분(13.6%) 일부 매각대금을 더하면 현재까지 2조900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외환은행 투자금(2조1548억원)의 134%를 회수한 셈이다. 여기에다 하나금융지주와 진행 중인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 연장 협상이 타결되면 최소 4조6888억원(최초 계약 지분 매매대금)도 고스란히 순익으로 남는다.

금융당국은 론스타의 '먹튀' 행보에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고액배당 자제를 권고했지만 론스타가 무시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클레인 행장을 만나 "외환은행의 기업 가치를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배당을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클레인 행장은 "이사회와 주주들에게 당국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했지만 "최대주주인 론스타에서 이익을 나누길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권고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다"며 "(론스타의 고배당 강행은) 한 마디로 '배 째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론스타가 한국 시장을 탈출하려는 데 (승인 문제에 걸려) 나가지 못 하니 돈을 빼돌리는 것"이라며 "외환은행의 장기적 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이익만 챙기려는 처사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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