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봉준호 나앉나… 입주건물 경매 '날벼락'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6.3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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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엠시티' 장기 공실 못버티고 경매결정…영화 제작·투자·기획사 '발동동'

↑경기 고양시 엠시티타워ⓒ지지옥션↑경기 고양시 엠시티타워ⓒ지지옥션


경기 고양시가 방송영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임대한 '엠시티타워'(이하 엠시티·사진)가 경매에 나와 입주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 건물에는 이준익·박찬욱·봉준호씨 등 한국영화 최다관객을 동원한 유명 감독들의 사무실이 대거 입주해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30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경기 일산동구 장항동 869에 위치한 '엠시티'는 오는 8월25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경매6계에서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건물은 지하 4층~지상 15층 연면적 3만8110㎡ 규모며 감정가는 1005억4100만원이다. 지난 6월 첫 경매에서 유찰돼 이번 경매 최저입찰가는 감정가의 70%인 703억7870만원이다.



이 건물에는 제작사, 편집업체 등 영화 관련 수십개 업체가 입주했다. 대표적인 제작사로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의 씨네월드,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 '괴물' 봉준호 감독의 오프스크린 등이 있다. 씨네월드는 2009년, 모호필름과 오프스크린은 지난해 각각 '엠시티'에 사무실을 열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투자사 바른손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엽기적인 그녀' 등 영화기획사 신씨네, '아저씨' 등을 작업한 김상범편집실, 대표적인 사운드믹싱업체 라이브톤, 컴퓨터그래픽업체 디지털아이디어 등도 '엠시티' 사무실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엠시티'에 영화 관련 업체가 유독 많은 것은 고양시가 '브로맥스(당초 영화산업단지로 계획한 '한류우드'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브로맥스단지를 방송·영상분야 메카로 개발·육성하는 프로젝트)Ⅲ' 사업의 일환으로 이 건물 8개 층을 약 145억원에 5년간 임차해 방송영상 관련 업체에 빌려줬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이들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저렴한 임대료와 관리비만 받는 조건으로 사무실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시가 한때 통매입을 추진하기도 한 이 건물이 경매시장에 나온 것은 장기 공실상황을 견디지 못해서다.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게된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올초 임의경매 개시결정이 난 것이다.


지난해 고양시의회 김영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엠시티'는 고양시가 유치한 업체 외에 대부분 사무실이 비어 있는 상태로 공실률이 60%에 달한다.

고양시는 경매에 대비해 '엠시티' 임대보증금에 대해 담보물권으로 질권을 설정한 상태지만 이미 이 건물에는 수백억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낙찰가가 낮으면 임대료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박찬욱·봉준호 나앉나… 입주건물 경매 '날벼락'
건물이 새주인에게 넘어간 뒤 재임대 계약을 하지 못하면 영화제작사 등 입주업체들은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옮겨야 한다. 운영비용을 줄이려고 서울 강남, 여의도 등 도심에 있던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긴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고양시의 지원만 믿고 고액의 첨단장비를 사무실에 설치하고 입주했다"며 "임대계약이 차질을 빚을 경우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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