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가 사라진다

김진욱, 이정흔 기자 2011.06.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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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놀토의 조건/ 놀토로 바빠진 기업들

주말이 확 바뀐다.

오는 7월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5일 근무제'가, 내년부터는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된다. 완벽한(?) '놀토(쉬는 토요일)' 시대에 돌입하는 셈이다.

달리 해석하면 1998년부터 추진된 '주5일 근무제(주 40시간 근무제)'가 은행·증권사(2002년)를 시작으로 대기업(2004년), 관공서(2005년)와 5인 이상 사업장(올 7월), 그리고 학교에까지 확산된다는 의미다. 이제는 '놀토'는 없고, 토요일은 그냥 '빨간날'이 된다.



그런데 이 같은 놀토시대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 직장인과 학생들 못지않게 완전한 놀토시대를 겨냥한 기업들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가족 단위의 여가시간이 늘 게 분명해지면서 여행·레저, 문화·예술, 외식, 교육, 게임 등의 기업들이 공격적인 '놀토 마케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선 주5일 근무제가 첫 도입됐을 당시보다 강도 면에서 훨씬 더 세졌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여행업계 '특별상품', 레저업계 '체험상품'

"선점해야죠."

놀토 현실화로 가장 치열한 경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쪽은 아무래도 여행·레저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주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호텔과 여행사를 연계한 주말 패키지 상품, 체험학습 프로그램 등 최근 '스페셜 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고객잡기에 나섰다.


하나투어 (59,100원 ▼900 -1.50%)의 경우 그동안 놀토라고 불리는 격주 5일 수업제를 겨냥해 '에듀 하나(EduHana)' 팀을 꾸리고 문화·역사·생태 등 체험학습 여행 상품을 선보여 왔는데, 이 팀을 향후에는 자회사로 분사해 확대·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3∼5월 놀토가 있는 주말의 여행수요가 토요일 수업이 있는 주보다 58%나 높았다"면서 "향후 가족여행이 더 활성화 될 것에 대비해 '아빠와 크레파스' '템플스테이' 등의 가족 단위 여행 상품을 더 많이 포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가 놀토로 가장 신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의 성수기와 비수기 개념이 향후 모호해져서 여행객들이 분산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숙박여행 경험률(1차례라도 국내에서 1박 이상 여행을 한 사람의 비율)은 국내 기업들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 시작한 2001년 71%였다가 제도가 서서히 자리를 잡은 2004년에 81.8%로 늘었다.

여행과 함께 레저의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되는 만큼 테마파크의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놀이공원인 롯데월드는 주5일 수업의 내년도 시행에 앞서 놀이공원 내 민속박물관, 생태체험관 등을 위주로 구성된 주말 체험학습 프로그램 수를 향후 2배 이상 더 늘리기로 했다.

롯데월드 측은 "야외로 빠져나가는 인구도 있겠지만, 주말에는 가까운 도심놀이공원으로 어린이를 데려 오는 가족 손님이 더 늘 것으로 본다"면서 "이에 롯데월드에서는 놀이 외에 가족단위의 학습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 중"이라고 밝혔다.



◆외식 '테이크아웃' 눈길, 자동차 RV에 포커스

여행이나 레저에 대한 수요증가는 호텔, 외식, 자동차, 항공 등의 분야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이 분야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은 호텔이나 백화점, 대형마트에서는 주말이 평일 대비 가족 단위 고객이 1.5~2배 정도 늘어날 것에 대비해 이미 놀토를 겨냥한 이벤트와 마케팅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 중이다.

CJ푸드빌만 해도 현재 가족 나들이용 테이크아웃 메뉴 개발에 돌입했다. 비빔밥 전문점인 '비비고'의 경우 나물재료가 이동시 물기가 쉽게 빠진다는 단점을 극복한 수분방지 조리법을 자체 개발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왔고, 작년에 런칭한 카레브랜드 '로코커리'에서도 테이크아웃 메뉴로 부적합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디자인과 용기에 CJ푸드빌 만의 고유 기술을 접목했다.

항공과 자동차시장도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 항공업계는 본격적인 주5일제 도입에 맞춰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국제 중·단거리 상품을 기획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자동차기업들 역시 레저용차량(RV) 판매가 활기를 띨 것에 대비해 RV 차량 개발 및 마케팅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밖에 문화, 공연업계 행보 또한 본격적인 주5일 시대에 걸맞게 예전보다 훨씬 다이내믹해졌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어린이공연시장이 더 커질 것을 겨냥해 지금까지 주로 여름과 겨울 방학에 중점을 뒀던 대형 공연물들이 이젠 학기 중에도 서서히 배치되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를 위한 악기 교육 아카데미나 직장인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토요 콘서트' 등 성인과 청소년을 동시에 염두에 둔 '가족형 공연'이 공연계의 주력 아이템으로 급부상 중이다.

◆교육 '사교육비' 게임 '셧다운제' 우회 공략

주말을 이용해 산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등산용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소비자 구애'도 눈에 띈다. 등산용 브랜드 K2가 최근 아동용 등산용품 구성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K2의 의류기획팀은 현재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외에 나갔을 때 입을 수 있는 '기능성 웨어'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놀토가 기업들의 매출증대를 꿈꾸게 하지만 모든 연관 기업들의 기대치가 높은 건 아니다. 교육과 게임 업체들은 각각 '사교육비 증가 우려', '셧다운제'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현재 학원가에선 지난 3월부터 밤 10시 이후의 수업이 금지된 상태다. 따라서 대형 입시학원들은 놀토시대에 대비해 평일 수업 부재의 타격을 메울 '토요일·주말반 수업' 강화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모 대형 학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면 시행한 것은 아니지만 토요일 오전반 수업을 계획 중이다. 다른 학원들도 비슷한 주말반 수업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 역시 휴일이 늘어났지만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가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때문에 업체들은 '웹 게임' 등 비교적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잠깐 즐길 수 있는 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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