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한국, 벤치마킹에서 차별화로

머니투데이 브렛 모펫 코트라 인베스트코리아 컨설턴트 2011.06.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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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 한국, 벤치마킹에서 차별화로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은 '날쌘 추종자' 전략으로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 격차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선도자의 성공 발자취를 따라가는 벤치마킹 전략은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할 때 분명 한계가 있다.

그리스 철학자 제논의 역설로 유명한 '아킬레스와 거북이 이야기'에 의하면, 경주에서 거북이가 먼저 출발하면 아킬레스가 아무리 빠르다 할지라도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게 된다. 즉 추월하려는 자가 앞서나가는 자를 따라잡을 시점이 되면, 앞서나가는 자는 그 시간만큼 일정부분 더 앞서 있다는 논리다.



한국도 성공적인 선례를 따라가는 전략만으로는 절대 선진국을 추월할 수 없다.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하기 위한 첫 단계는 차별화 전략에서 시작된다. 국내 명소에 대한 명명작업을 예로 들어보면, 제주도를 '한국의 하와이'라고 홍보한다. 그런 식의 이름 붙이기는 외국인들의 이해를 도울 순 있겠지만, 제주도는 그 자체로서 관광목적지가 돼야지 '하와이 대신 가는 곳'으로 폄하돼선 안된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발전해나가기 위해서는 실패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적극성과 함께 기업가 정신, 혁신의 문화가 수반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교육은 고도경쟁사회의 특성과 함께 교육의 의미가 본질적 중요성보다는 점수나 자격에 초점이 맞추어져,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최근 높은 대학 등록금에 비해 학생들에게 그에 합당한 수준의 가치가 돌아오는가를 자문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이제 한국이 바뀌기 시작하고 있다는 신호탄이라 여겨진다.



한국처럼 대학졸업자 취업률이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선 최근 인터넷 결제시스템 페이펄(Paypal)의 창시자이자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가인 피터 틸이 '20 Under 20'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대학을 포기하고 자신의 독창적 사업 아이디어를 펼치고자 하는 20세 이하의 젊은이들에게 2년간 10만 달러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 Under 20'이 기본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통상적인 진로를 따르기보다 자신을 위한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혁신은 다양성,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 발상의 자유로부터 나온다. 실리콘밸리에서 태동한 위대한 벤처기업들이 아시아나 동유럽과 같은 이민자 출신들에 의해 설립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일찌감치 고국을 떠나온 부모세대의 영향을 받아, 글로벌 마인드와 높은 위험감수성향, 그리고 성공에 대한 남다른 투지를 지녔다. 최근 한국에도 외국인 거주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간 한국 내 외국인 거주자의 수는 약 1.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혁신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외국인 인력들을 조직 내에 융합시키고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직위를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혁신을 이끌어내는 또 다른 주요 요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직 보고 체계를 단순화해 시스템을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은 결재 단계를 거칠수록 그 독창력이 떨어지고 기존 아이디어와 비슷하게 변하기 마련이다.


벤치마킹은 분명 좋은 전략이지만, 결국 방법에 대한 책임과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타인의 성공방식을 추종하는 것에 불과하다. 벤치마킹 방식이 현재의 상황과 더 이상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제 한국은 혁신을 통한 독자적인 차별화 전략을 개발할 단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벤치마킹을 수행하는 국가가 아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국가로 도약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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