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 의지 담아…富, 나눌수록 쌓인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1.06.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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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당당한 부자] 머니투데이 '당당한 부자' 올 주제는 '상생'

지난 3월 일본 지진이 일어나자 일본 주민들이나 현지기업들 뿐 아니라 국내기업과 한류스타들이 줄줄이 거액을 기부했다. 하지만 이들 못지않게 기부에 적극적이었으나 일본 언론에 한 줄도 소개되지 않은 이들이 바로 야쿠자(조직폭력배)들이었다.

미국의 인터넷언론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일본의 야쿠자 조직 '야마구치구미(山口組)'와 '스미요시카이(住吉會)' 등이 지진발생 후 곧바로 조직원을 동원해서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일본의 대표적 야쿠자조직인 '야마구치구미'는 지진이 발생한 날 전철 등이 운행을 멈춰 도쿄 거리에 내몰렸던 수많은 귀가곤란자들에게 자신들의 사무소를 개방했고 식량과 물, 모포 등 지원물자를 몇 대의 트럭에 실어 재해지로 운반했다.

다른 조직 중 '스미요시카이'도 재해 피난자들을 위한 장소를 제공했고 '이나가와카이(稻川會)는 지진 다음 날인 12일 4톤 트럭 25대에 지원물자를 실고 지진이 발생한 도호쿠 지방으로 향했다. 이나가와카이역시 13일 새벽까지 재해지인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시 시청에 총 50톤의 구호물자를 운송했다.



구호물자를 전달할 때는 야쿠자의 물건이라는 것이 밝혀져 수취를 거부하는 상황이 생길 것을 염려해 기부자의 신분을 숨겼다. 사회의 음지에서 어둠을 먹고 사는 이들로 인식되는 야쿠자들이지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자연재해 앞에서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장 적극적으로 발휘하는 상생의 미덕을 보여준 것이다.

유무상생(有無相生). 노자의 도덕경 상편 제2장에 나오는 구절로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사는 대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노자사상의 하나다. 일본 야쿠자들의 선행은 유무상생의 의미를 새삼 각인시켜준다.

동반성장 의지 담아…富, 나눌수록 쌓인다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기, 즉 상생의 원리가 도가사상이라는 체계적인 철학 원리로 정리된 게 이미 2300년 전이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상생에 목이 마르다. 2010년 국민소득이 2만 달러로 복귀했고 예전보다 분명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그만큼 역으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방치되는 이웃들도 더 많아졌다.


최근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높아진 것은 이런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상생은 생태학에서 파생된 개념인 공존(co-existence)이나 공생(symbiosis)보다 포괄적이고 적극적 의미를 갖는다. 상생의 원리는 갈등과 대립의 연속을 화합의 시기로 전환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된 지 반년. 상생을 사회적 화두로 제시하는 데는 일정부분 성공했지만 상생모델의 주역이 돼야할 대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도는 높지않다는게 여론이다. 상생을 기치로 내건 정부에 '찍히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동반성장 펀드를 만들고 협력사들을 불러 모아 화려한 행사를 하는 게 상생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동반성장펀드에 쏟아 붇는다는데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일 터다. 작은 일상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삶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이웃들이 더 그립다.

동반성장 의지 담아…富, 나눌수록 쌓인다
2004년부터 '한국의 당당한 부자'를 소개해온 머니투데이는 올해 주제로 '상생'을 제시했다. 상생의 원리가 확산될수록 당당한 부자도 많아지고 부의 양극화로 분열되는 우리사회에도 대통합의 훈풍이 불 것이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중고품을 판매해 자선기금으로 활용하는 아름다운가게에는 상생을 실천하는 이름 없는 수많은 기부자들이 있다. 고장난 시계, 전자 제품 등 수백수천 점의 중고품을 무상수리해 되팔 수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시켜주는 '마법의 손'들도 있다.

아예 자신의 '달란트'를 살려 전문적인 서비스를 기부하는 전문가 자원봉사자모임, 프로보노퍼블리코(Probono Publico)도 있다. 지난 17일 전략컨설턴트·회계사·마케터·변호사·대학생 등 300여명의 재능기부자들이 소셜컨설팅그룹(SCG)를 창립하기도 했다.

이들이 모두 우리사회의 상생지수를 높여주는 당당한 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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