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국채 발행으로 국제 금융시장 복귀 '첫 걸음'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6.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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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첫 희생국가였던 아이슬란드가 2년여 각고 끝에 국제금융시장에 돌아온다. 아이슬란드는 올해 플러스 성장률로의 전환이 예상 되는데다가 금융위기 후 처음으로 국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 IMF '범생' 아이슬란드, 국제금융시장 '컴백' 박차



9일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아이슬란드가 2006년 후 처음으로 10억 달러의 국채를 발행을 준비하며 국제 금융 시장으로의 접근을 정상화하기 위한 걸음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이번 주 달러표시 5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기 위해 채권 가격을 산정할 계획이다. 금리는 미드스왑보다 325bp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이며 바클레이즈캐피탈, 씨티그룹, UBS가 가격 산정 작업에 참여한다.



이번 국채의 성공적인 발행은 아이슬란드의 점진적인 회복세를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이슬란드 정부도 이번 국채 발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 되돌아가기 위한 '워밍업'임을 강조했다.

IMF가 아이슬란드 측에 가능하면 빨리 금융시장으로 돌아오는 방안을 권고함에 따라 국채 발행을 결정했다는 것. 4월 말 기준 67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했기 때문에 새로운 채권 발행 없이도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4억5400만 유로 규모의 채권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본격화된 금융위기의 타격을 가장 심각하게 받은 국가들 중 하나였으나 최근 들어 여러 면에서 회복세가 짙어지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2% 늘어나며 지난해 4분기의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탈출했다.


금융시장도 안정세다. 현재 아이슬란드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왑(CDS)은 은행위기 이후 가장 낮은 210bp까지 떨어지며 스페인을 밑도는 수준이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유로존 부채 위기국 보다는 훨씬 낮다.

오는 8월에는 2008년에 시작했던 IMF 구제금융 프로그램도 종료된다. IMF는 지난 주 아이슬란드에 대한 2억2500만 달러 규모의 5차 지원금 지급과 8월 종료되는 21억 달러의 원조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신용 버블·은행 위기…2년간의 '터널'

경제 호황기였던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아이슬란드의 신용 붐은 절정에 달했다. 아이슬란드 크로나가 가치가 절상되고 은행들이 해외에서 마음껏 차입하는 게 가능했던 기간이다.

해외에서 유입된 막대한 자금으로 아이슬란드 증시는 2002년부터 2008년 사이 무려 900% 급등했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자산도 2003년 GDP의 174%에서 2007년 744%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 5.5%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빠른 속도다.

그러나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2008년 10월 아이슬란드 은행들을 덮치며 거품이 터져버렸다. 대외채무도가 높았던 랜즈방키 등 신용경색에 휩싸인 3대 은행이 일제히 파산 위기에 처했다. 당시 아이슬란드 은행 자산은 아이슬란드 GDP의 11배인 2090억 달러까지 불어난 상태였다.

2008년 국제 외환시장에서 크로나는 유로대비 80% 폭락했다. 이에 따라 외화로 차입했던 채무자들이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금과 자동차 론 가치는 두 배로 불어났다. 크로나 하락은 다른 많은 문제들도 만들어냈다. 2007년 이후 수입 가격이 85% 급등하면서 소비자 물가가 34% 올랐기 때문이다.

제조업 국가가 아닌 아이슬란드는 통화 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 개선 같은 혜택도 얻지 못했다. 그 해 GDP는 7% 급감, 결국 IMF가 지급하는 46억 달러의 구제 금융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국가부도 직전까지 갔던 아이슬란드는 은행 국유화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당시 아이슬란드는 미국이나 아일랜드처럼 부실은행권에 공적자금을 쏟아 붇는 대신 은행을 법정관리에 두는 방법을 택하며 국가부도를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납세자들의 돈 대신 채권자들이 은행 부실의 책임을 지게 한 것이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2008년 10월 글리트너, 랜즈방키, 카우프싱 등 3대 은행을 국유화한 후 은행 채권단과 채무 탕감을 위한 협상을 벌였다. 채권단의 대부분은 미국과 영국의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유럽 은행들과 연기금 등 아이슬란드 외부 투자자들이었다. 이와 함께 국유화한 은행들을 구조조정하고 자산과 대출을 해외와 국내 부문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2008년 IMF로부터 구제금융 지급이 결정된 아이슬란드는 급락한 크로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힘썼다. 아이슬란드는 강력한 자본통제로 크로나 가치를 유로대비 6% 절상시켰다. 환율 규제로 아이슬란드는 무역 흑자를 낼 수 있었고, 내수 촉진을 위해 필요한 금리 인하도 단행할 수 있었다.

은행구조조정에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아이슬란드 경제부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의 2009~2010년 자산상각액은 4810억크로나(42억달러)다. 이 중 부동산 업체와 부동산 관련 대출 상각액이 345억크로나를, 소매 관련업체 대출 상각액이 296억크로나를 각각 기록했다.

◇올해 플러스 성장률로 전환…그러나 아직은 넘어야 할 산 많아

은행 국유화라는 특단의 조치와 크로나 절상으로 부채 감축과 경제 회복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IMF에 따르면 올해 GDP의 100.1%인 아이슬란드의 부채는 2016년 GDP의 71.3%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2.3%의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현재 해양 자원 수출과 재생에너지 자원이 아이슬란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물론 완전한 회복까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있다. 이번 주 IMF는 보고서를 통해 아이슬란드가 은행 위기 후 시행했던 자본통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자본통제의 순차적인 자유화는 해외의 크로나 보유량 축소를 요구 한다"며 "해외와 아이슬란드 국내의 크로나 환율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슬란드는 영국, 네덜란드 등 아이슬란드 은행에 돈을 예치했었던 해외 예금자들과의 협상도 매듭짓지 못했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영국과 네덜란드 고객에게 예금을 돌려줄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민투표에서도 예금 반환에 반대하는 응답이 59%를 기록하며 돌려주자는 41% 응답을 앞섰다. 이에 영국과 네덜란드는 제소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직 높은 실업률도 아이슬란드 경제의 골치 거리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은 2013년까지 실업률이 5%대를 유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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