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쿠릴열도 방문' 놓고 韓日 신경전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2011.05.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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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 주한 일본대사 유감 표명...정치권, 과민반응에 노골적 불만

"유감이다" vs "과민반응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의 쿠릴열도 방문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장외 신경전이 뜨겁다. 일본이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달했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일본의 과민반응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25일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는 전날 오후 늦게 한국 국회위원 3명의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방문과 관련해 외교부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무토 대사는 이날 박석환 외교부 제1차관과 면담을 갖고 국회의원들의 쿠릴열도 방문이 앞으로 재발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가 우리 측에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박 차관은 의원들의 쿠릴열도 방문은 개인적인 차원으로 정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 정부와 상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과 주일 한국 대사관을 통해 쿠릴열도 방문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날 국회위원들이 예정대로 쿠릴열도를 방문하자 일본이 곧바로 외교부를 항의 방문했다"며 "며칠 전에는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며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국회위원들이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한국이 러시아의 영유권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반인이 아닌 국회의원이 러시아의 승인을 받아 쿠릴열도를 방문하는 것은 쿠릴열도에 대한 영유권을 인정하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가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입장으로 볼 때 도저히 용인할 수 없고 매우 유감"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내 보수 우익 세력의 쿠릴 열도 방문에 대한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일본 보수언론들은 이날 간 나오토 총리가 지난 22일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항의의 뜻을 전달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일본의 과민반응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이 한국 국회의원의 해외 방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러시아가 쿠릴열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비자를 받아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독도 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의정활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권침해가 될 수 있다"며 "자중자애 해야 한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한편 독도 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강 의원과 문학진, 장세환 의원 등 3명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를 방문했다. 한국과 일본이 독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본의 다른 영유권 분쟁 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가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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