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덕분에 횡재한 오성엘에스티

더벨 이상균 기자 2011.05.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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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주도로 신화인터텍 매각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져

더벨|이 기사는 05월24일(18:38)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오성엘에스티 (1,413원 ▼6 -0.42%)가 지난 19일 신화인터텍을 300억원에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지난해 말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이후 반년 가까이를 끌어오던 딜이 단 몇주만에 완료된 것이다.



삼성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진 덕분이다. 이 과정에서 신화인터텍의 매각가는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만큼 낮은 가격이다. 오성엘에스티 입장에서는 알짜 회사를 반값에 인수하는 횡재를 거둔 셈이다.

◇최고경영진간 불화·매각가 높아 '협상 지지부진'



신화인터텍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매각을 시도해왔다. 최대주주인 이용인 회장(지분 23.2% 보유)이 1946년생으로 고령이고 회사를 물려줄 만한 마땅한 후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용인 회장은 전문경영인인 최승규 대표와 회사 매각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최 대표는 광학필름 부문의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사실상 회사 경영을 도맡아왔다. 이 회장과 최 대표는 이전에도 경영 방향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최고 경영진의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매각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다. 결국 3개월 동안 시간만 허비했다.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3월 최승규 대표가 사임하면서 부터다.


M&A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의 매각을 뜻대로 진행하지 못하면서 최 대표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며 “최 대표는 그동안 회사에 공헌한 자신의 공로를 인정받아 매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싶어 했지만 결국 자신이 회사를 나가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 정리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이 회장이 매각가로 600억원 이상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500억원을 투입해 충남 천안에 공장을 증설해야 하는 것까지 합치면 실질적인 인수가는 1000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삼성의 입김...협상 급진전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매각 협상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삼성전자는 285만4967주의 신화인터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계열사인 삼성증권이 보유한 82만7061주의 전환사채(CB)까지 합치면 확고한 2대 주주다.

삼성전자는 신화인터텍의 확실한 판매처다. 갑을 관계가 명확한 국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삼성전자의 허락 없이는 신화인터텍 매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신화인터텍은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업체다. 협력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미래나노텍과 함께 국내에서 유일하게 LCD 평광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멀티 벤더 정책을 운용하는 삼성전자에게 핵심적인 존재다. 신화인터텍이 매각이라는 큰 틀에 합의한 마당에 협상이 길어진다면 제품을 공급받는 삼성전자로서도 득이 될 게 없다.

신화인터텍 인수전에는 도레이첨단소재, KDC, 웅진,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등 총 4곳이 뛰어들었다. 부품업체 관계자는 “신화인터텍은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로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당장 공장증설이 가능한 천안에 8만평의 대지를 보유하는 등 올해 3월말 기준 자산규모가 3675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중 일본 업체인 도레이첨단소재는 삼성전자가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나머지 업체들 역시 자금조달 및 시너지 창출, 삼성전자의 상품 정보 유출 우려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오성엘에스티는 삼성전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인수전에 등장했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용인 회장이 매각가격 600억원을 고수하면서 시간을 끌자 삼성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며 “이후 삼성이 매각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오성엘에스티를 인수자로 낙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신화인터텍 매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흔적은 매각가를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신화인터텍의 매각가는 300억원으로, 주당 6747원이다. 오성엘에스티가 15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기는 했지만 신주발행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계약이 체결된 18일 기준 신화인터텍의 종가는 7400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커녕 시가보다도 9.6% 낮아진 가격이다.

신화인터텍의 주가는 3개월 전만해도 줄곧 1만원 이상에서 형성됐다. 협력업체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삼성이 압박을 가하면서 이 회장도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오성엘에스티 관계자는 “삼성이 추가적으로 신화인터텍의 지분을 인수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오성엘에스티가 확보한 지분은 BW까지 합칠 경우 30%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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