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엔고의 여름' 오나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5.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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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년 여름에 엔고 가속화… 올해도 가능성 높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환시장에서는 여름이 시작되면 엔고가 가속화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에 엔/달러 환율 80엔선이 무너지며 달러 대비 가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엔화는 올해 여름 역시 더 빠르고 높게 내달릴 가능성이 크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 보도에 따르면 엔화는 지난 2008년 여름에는 약세를 나타냈으나 2009년부터는 여름이 오면 엔고가 가속화되고 있다.



2009년 여름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에 16년 만에 일본과 미국의 은행간 거래 금리가 미국이 낮은 쪽으로 역전되면서 엔/달러 환율이 90엔선을 하향 돌파하며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이어 2010년 여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달러가 약세로 치달아 엔고가 심화됐다. 통화 완화의 선수를 빼앗겨 80엔대 전반까지 엔고가 단번에 진행됐다. 봄부터 가을까지 약 10엔이 떨어졌다.



이처럼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실망과 미국의 금리 하락에 엔고가 이뤄진 것이 지금까지의 전개 방식이다.

올해 여름의 경우 최근 원유와 금 등 상품값 급락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한 상태에다 미국 경기회복의 속도가 둔화됐다는 관측도 많아 2009년과 2010년 여름에 이어 엔고-약달러의 상황이 이미 갖춰졌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한 보고서에서 자체적으로 산출하는 글로벌선행지수(GLI)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경제 전망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경제지표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미국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억제에 애를 쓰고 있는 중국 등 신흥국들도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0.5%대까지 하락했다. 추가 양적완화(QE2)가 결정됐던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고용지표 등의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QE2가 종료되는 오는 6월 말 이후에도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없다는 관측이 강한 탓이다.

달러는 미국의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것이 약세 요인이지만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강세 요인이어서 두 가지 요인이 서로 상쇄된다.

그러나 엔화는 안전자산인데다 미국의 금리하락에 의한 매수세까지 겹쳐 엔고에 탄력이 붙기 쉽다.

게다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 자금 본국송환 수요가 증가하고 신중해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자제해 엔화는 상승의 날개를 달고 있다.

물론 지난 3월 주요 7개국(G7) 공동 개입을 통해 엔고를 억눌렀듯이 언제든 개입 수단이 발휘될 수 있다. 시장에서도 일본 정부의 엔화 매도 개입에 대한 경계감은 강하다. 그러나 금리차 등을 배경으로 엔고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 개입은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장중 80엔선이 다시 무너졌던 5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공동 개입이 있었던) 지난 3월18일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진 충격에 따른 엔고가 아닌 추세적 엔고라는 판단을 읽힌다.

투기세력에 의한 엔고는 개입으로 막을 수 있지만 금리차에 따른 시세차익 거래를 누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회복의 둔화와 미국 금리 하락 등이 이미 현재 환율에 반영돼 있다면 80엔선을 돌파해 한층 더 엔고가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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