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저축은행장 "이렇게 번질줄 몰랐다···"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1.05.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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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43년만에 처음 겪은 일, 송구스럽다"… 예·적금금리 5.7%로 0.2%p 올려

제일저축은행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한지 4영업일째인 9일. 징검다리 연휴 덕분일까. 제일저축은행 본점에서는 예금 중도해지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던 지난 3영업일간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 현재 서울 송파구 가락동 제일저축은행 본점을 방문한 고객은 40여명에 불과했다. 또 고객 대부분은 만기된 예금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었다. 수백명에서 많게는 2000여명이 찾아와 불안한 마음에 대기번호표만 4~5장 받아가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확실히 정상화를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3영업일을 보낸 후 이날 본점에서 만난 이용준 제일저축은행장은 먼저 "송구스럽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라는 점에서 얼굴을 들 수 없다는 것.

이 은행장은 그러나 "임원 한명의 독직사건이 이렇게 번질 줄은 몰랐다"며 "이 같은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는 창립 43년만에 처음 겪은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삼화저축은행이나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보다 고객이 좀 더 몰릴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금방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일 업무처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중도해지 고객이 몰려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3일 퇴직 임원의 대출관련 금품수수사건 소식이 '불법대출'로 전해지면서 지난 6일까지 3영업일동안 2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징검다리 휴일이 많았다는 것. 어린이날 직원들은 전원 출근했다. 어떻게 고객의 불편을 줄이고 정상화되도록 할 것인지 작전도 짰다. 무조건 고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줄게 아니라 신규 및 만기 고객을 분류해 우선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그 결과 고객의 불편과 불만이 대폭 줄었다. 신규 및 만기고객은 당일 업무처리가 되면서 6일에는 신규 예금액 20억원, 만기연장 예금액 80억원 등 100억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9일에는 이보다 더 늘어나 오후 3시 현재 신규 41억원, 만기 재예치 80억원으로 121억원이 들어왔다. 반면 인출액은 9일 29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배부된 순번대로라면 이날 대기번호표를 받은 사람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예상일은 19일로 10일 후이지만 대부분의 고객이 중도해지를 하지 않으면서 11일부터는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할 것으로 은행측은 전망했다.

이 행장도 한숨을 돌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제 거의 정상화된 것 같다"면서 "지금은 경황이 없지만 앞으로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 와중에도 신규 및 만기연장을 해준 고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제일저축은행은 이날 정기 예·적금의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중도해지로 지급되지 않는 금리를 신규 또는 만기연장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나누겠다는 것이다. 13개월 만기 정기예금과 12개월 정기적금의 금리는 각각 5.7%, 업계 최고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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