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M&A···산은·KB·신한 경쟁?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지민 기자 2011.05.0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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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법개정 복수 금융지주 참여기대...산은·KB 검토, 한동우회장 "형편못돼"

"금융지주회사를 파는 게 너무 어렵게 돼 있다. 유효경쟁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법을 바꿔야 할 판이다".

지난해 12월17일 민상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서울대 교수)이 우리금융 (11,900원 0.0%)지주 민영화(지분 56.97% 매각) 잠정 중단을 발표하면서 꺼낸 말이다. 그로부터 5개월. 정부는 민영화 재추진 해법으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꺼내 들었다.

우리금융 지분을 팔려면 금융지주 소유 및 지배 규제를 풀어 금융지주사들간 인수합병(M&A)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인수해 지배권을 행사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사야 한다. 정부는 이 규제를 풀어 50% 이상만 사면 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은 사실 지난해 매각 중단 발표 당시만 해도 "금융지주회사법으로 인해 (매각에)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이 법에는 다른 여러 목적도 있다"며 "단지 매각하기 위해서 규제를 풀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등 우리금융 민영화의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선 금융지주사들에게 M&A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8일 "국내 금융시장의 은행 M&A는 외환은행으로 사실상 끝났다"며 "남은 건 금융지주 M&A인데 개별 지주사들의 상황이 작년과는 크게 달라졌으므로 규제만 풀어주면 복수의 경쟁구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산은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가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에 목을 매고 있어 여력이 충분치 않다. 이 중 산은지주의 인수 의지가 가장 강해 보인다. 정부도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이 합하면 기업금융에 강하고 정부의 손발이 될 수 있는 큰 국책은행이 생긴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결합도 의미가 있다. 증권업계에 대형 IB(투자은행)가 탄생한다는 점에서다. 정부와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단 얘기가 들리는 배경이다.

KB금융의 입찰 참여 가능성도 커 보인다. 어윤대 회장은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주창자다. 어 회장 취임 이후 M&A를 위한 기초체력과 자금력도 이미 갖춰 놨다. 은행업계 고위 관계자는 "소매금융에 강한 국민은행과 기업금융 강자인 우리은행의 결합은 물론 증권과 카드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적지 않다고 KB금융이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한지주의 움직임 역시 주목할 만하다. 산은지주(159조원)와 KB금융(345조원)이 우리금융(346조원)과 합치면 각각 총자산 505조원, 691조원의 초대형은행이 된다. 반면, 자산이 329조원인 신한지주는 하나금융(외환은행 인수시 322조) 등과 힘겨운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금융권에선 신한지주가 경영진 내분 사태 후 '내실다지기'에 매진하고 있지만 판이 벌어지면 뛰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KB금융과 산은지주 중 하나가 입찰에 참여하면 나머지도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그러나 "우리금융 덩치를 봤을 때 아직 그럴(인수할) 형편이 못 된다"며 "조금 빠른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당국의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금융지주간 M&A를 통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이전의 은행권 재편과는 차원을 달리는 '빅뱅'이다.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지주에 사실상 '흡수합병'시키는 셈이어서 노조원 반발 등 정치적 문제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정책적 판단을 넘어서는 정치·정무적 이슈란 얘기다.

따라서 정부 부처간 의견 조율은 물론 그보다 윗선의 결단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의 판단은 이미 서 있지만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분 매각 작업이 다소 늦어지거나 방향이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금융당국의 생각대로 우리금융 매각이 추진되더라도 걸림돌이 있다.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이 합쳐지면 당장 '민영화'가 아닌 '국유화'라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덩치가 커져 추후 민영화를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금융의 반발도 예상된다. 부실 금융회사가 아닌 데도 다른 금융지주에 흡수합병시키는 데 따른 논란과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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