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 도입하니 자산가치 절로 상승?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1.05.0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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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공시읽기-18 'K-IFRS'②]자산 부채 평가시 공정가치 확대..영향은?

#부산도시가스는 최근 부산 수영구 남천동에 위치한 토지 자산재평가를 실시해 평가차액이 723억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에 따라 간주원가로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장부가액이 562억원이었던 토지 자산이 재평가 결과 1284억원으로 높아졌다.

대한방직 (6,500원 ▼30 -0.46%)도 IFRS 도입을 앞두고 공정가액을 적용하기 위해 지난 3월 토지 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해 평가차액 165억원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재평가를 통해 토지 자산은 165억원이 증가하고, 이연법인세 부채가 36억원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익잉여금은 129억원으로 계상된다.



올해 1분기부터 본격 도입된 K-IFRS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공정가치 확대다. 자산과 부채를 평가할 때 원칙적으로 공정가치를 적용하는 것이다. 공정가치란 자산의 현재가치, 즉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금액 수준을 의미한다. 공정가치를 이용하면서 현재 시점의 실제 가치를 반영함으로써 회사의 재무상태와 내재가치를 판단하기 용의하다.

유무형 자산의 경우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원가모형과 주기적으로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재평가 모형을 선택할 수 있다. 원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경우에도 공정가치 정보는 주석에 나타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토지 등의 유형자산 가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승하기 때문에 재평가모형을 선택하게 되면 자산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K-IFRS에서는 감가상각 처리 방법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변화가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K-GAAP에서 세법에 의한 감가상각 방법과 내용연수를 일률적으로 적용토록 했지만 K-IFRS에서는 내용연수와 잔존가치, 감가상각 방법을 실제 소비행태를 반영해 추정토록하고 있다.

기계장치, 건물 등 유형자산 외에 영업권이나 브랜드 가치와 같은 무형자산도 원가모형이나 공정가치 모형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비용으로 처리됐던 개발비도 상업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무형자산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산 평가 방식의 변화로 자산과 자본이 증가해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자산이 높아지면서 주당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실제 K-IFRS를 조기도입한 코스피 기업 25개사의 전체 자산총계는 지난해말 268조795억원으로 전년대비 13.2%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82.1%에서 73.2%로 8.9%포인트 낮아졌다.

퇴직급여 등 금융부채와 금융자산 등도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퇴직급여의 경우 기존 K-GAAP가 청산 시점의 퇴직급여 비용을 적용하지만 K-IFRS는 예측급여 개념에 기초한다. 예측급여 개념이란 실제 미래에 퇴직할 직원들의 수와 퇴직급여 규모 등을 예측하는 보험수리적 방법을 이용해 산정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지난 2010년 결산에서 IFRS를 조기도입한 삼성전자의 경우 IFRS도입으로 토지 자산이 3조8163억원이 늘었다. 또 무형자산인 개발비 자산이 2005억원 증가한 반면 퇴직급여를 보험수리적평가로 적용하면서 관련 부채가 2030억원 증가했다.

공정가치 도입에 따른 영향은 업종마다 다르다. 금융업종의 경우 유형자산, 리스, 충당부채·우발부채, 자산, 금융상품 인식 방법이 달라지면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대손충당금의 경우 기존에는 대출채권의 등급을 나눠 금융감독원이 정한 일정 비율을 곱해 적용한 반면 K-IFRS에서는 각 금융사별로 과거의 경험치를 적용한 경험손실률로 계산해 충당금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실제 시중 대형은행들은 지난 1분기 IFRS도입에 따라 충당금이 줄어들어 순이익이 증가했다.

반면 조선업종과 건설업종 등은 부채가 늘어날 여지가 있어 긴장하고 있다. 아파트 중도금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차입금 등이 부채로 포함되면서 부채 비율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다. 또 이같은 수익이 완공시점에 일시에 반영되면서 손익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환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외환관련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조선업종의 경우도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다.

해운, 항공업계에서도 리스 분류 기준이 달라지면서 항공기나 선박을 도입하기 위해 조달한 자금이 부채로 잡히게 됐다. 이에 따라 리스부채가 증가해 부채비율이 급상승할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기능통화가 도입되면 외화 결제 비중이 높은 해운업계는 환율 변동에 의한 손익, 재무상태 변동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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