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서민전용주택, 자진사직-감봉 감수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5.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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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차이나]량시앤팡(兩限房) 조건 맞추기 위한 부작용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비행기로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깝습니다. 5000여년 동안 국경을 맞대고 이웃처럼 살고 있어 더욱 가까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실상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 멉니다. 홍찬선 베이징 특파원의 ‘니하오 차이나’는 먼 중국을 가깝게 알 수 있도록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소개합니다.

서민 울리는 서민전용주택, 자진사직-감봉 감수


중국에 량시앤팡(兩限房)이라는 게 있다. 저소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싼 값’에 지원해주는 서민주택을 가리킨다. 주택가격을 제한하고 구입자격을 제한한다는 뜻에서 이중제한(兩限) 주택(房)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량시앤팡(兩限房)을 사려면 △가구(맞벌이 부부의 경우 합산)의 연간소득 8만8000위안(약1496만원) 이하 △가구당 3인 이하 △가구 총자산이 57만위안(9690만원) 이하 △무주택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량시앤팡(兩限房)의 조건에 맞추려는 새내기 부부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연간소득을 8만8000위안 아래로 낮춰 량시앤팡(兩限房) 조건을 맞추기 위해 △더 나은 조건의 직장으로 옮기 기회 포기 △결혼 지연 △자발적 사직 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게으른 사람에게 상을 주고 부지런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장나벌근(漿懶罰勤)을 초래하는 이른바 ‘복지병(福祉病)’이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량시앤팡(兩限房) 값을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반면 다른 주택 가격은 엄청 올라 량시앤팡(兩限房)을 마련한 서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민을 위한다는 량시앤팡(兩限房)이 오히려 서민을 옥죄는 결과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방병원의 이비인후과 간호사였던 샤오잉(小英)이 대표적인 예다. 고향이 산둥(山東)성 타이안(泰安)인 샤오잉의 한달 월급이 3000위안 정도였다. 근무 환경도 좋아 스트레스도 없으며, 환자들과도 사이 좋게 지내 만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2007년말에 결혼한 뒤 남편과 함께 회사 숙사를 얻어 임대해 살았다. 2009년부터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도 올라 부부는 09년7월 집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이때 샤오잉은 량시앤팡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때까지 샤오잉 부부는 집이 없었고, 저축은 20만위안 정도였지만 부부의 합산 소득은 월1만위안 정도였다. 연간 8만8000위안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던 것. 부부는 협의한 끝에 샤오잉이 사표를 내기로 결정했다. 간호사 일이 아깝기는 했지만, 다시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한 뒤 더 나은 직장을 찾기로 했다.


자진 사직을 결심할 때 샤오잉 부부의 계산은 이랬다. 3년 동안 사직으로 인해 손해보는 급여가 약15만엔에 달했다. 하지만 량시앤팡을 살 수 있다면 45만위안 정도는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량시앤팡은 ㎡당 6500위안으로 당시 일반 주택가격이 ㎡당 2만위안 하던 것과 비교할 때 32.5% 수준에 불과했다. 60㎡(약18.5평)짜리 주택은 70만~80만위안, 80㎡짜리 주택은 100만위안 정도면 살 수 있었다. 60㎡짜리 집을 산다면 60만위안 정도 절약할 수 있으니, 3년 동안 손해보는 급여(15만위안)을 제하면 45만위안은 벌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 뒤 샤오잉이 산 량시앤팡 값은 거의 제자리에 머문 반면 일반 주택 값은 2배 이상 올라버렸다. 샤오잉이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은행 대출을 받아 일반 주택을 산 것이 량시앤팡을 샀던 것보다 나았다는 얘기다. 직장도 잃고(스스로 그만두고) 천정부지로 뛰오르는 주택값을 보면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량시앤팡의 연간소득 8만8000위안은 2006년에 생긴 조건이었다. 당시 베이징 시민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1만9758위안이었다. 가구당 평균 2.7명이니까 가구당 평균 연소득은 5만3346위안이었던 것. 따라서 당시 8만8000만위안 조건은 합리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뒤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상승했으며, 베이징 시민의 평균 소득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량시앤팡 조건을 바꾸지 않고 계속 이전 수준으로 묶어둠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서민을 지원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량시앤팡 조건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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