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거북이 성장'...믿었던 지원은 없었다

더벨 정준화 기자, 박상희 기자 2011.04.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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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인수 이후 3년]①KB지주의 지원 부재...경영진 협상력 부재

더벨|이 기사는 04월20일(14:55)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1등 은행의 증권업 진출. 3년전 KB금융지주의 한누리투자증권 인수 소식은 증권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핫이슈였다. 1200여개에 달하는 방대한 국민은행 지점망과 네트워크, 그리고 막강한 자본의 힘이 증권사와 합쳐지면 증권업계 판도가 단번에 바뀔 것이라는 반응이 잇따라 쏟아졌다.



KB금융의 자신감도 충만했다. 지점 하나 없이 IB에 특화된 소형 증권사 한누리증권을 2600억원을 들여 인수한 것도 국민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한 리테일영업 등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사명을 바꿔 새롭게 출범한 KB투자증권은 2013년까지 자본금 3조5000억원, 자산규모 25조원, 연간 순이익 5000억원 규모의 '국내 톱3' 종합금융투자사로 거듭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내걸었다.100여명이던 직원 수는 3배로 늘렸고, 기존에 없던 리테일 사업 진출을 위해 온라인펀드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도 구축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KB투자증권의 행보는 출범 당시 원대했던 목표에 비해 실망스럽다.

우선 자기자본 규모는 3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대우증권(2조9000억원), 우리투자증권(2조6000억원), 신한금융투자(1조9000억원) 등 다른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자기자본 규모가 무엇보다 중요한 증권업계에서 KB금융을 등에 업은 증권사치고는 너무나도 왜소한 체격이다.

자산규모도 2조원 가량으로 목표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익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인수 후 첫해는 496억원 당기순이익을 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듬해인 2009년 부실 PF로 인해 42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4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08년에 비해 이익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며 성장은 답보 상태다. 다만 자기자본 활용도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0% 전후 수준으로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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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당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KB투자증권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얼까. 증권업계에서는 KB투자증권 자체의 역량 부족에다 대형화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부족했던 KB금융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자본력과 인력 풀이 빈약한 중소형사인 KB투자증권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는데는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애시당초 KB금융의 든든한 지원이 필요했지만 금융위기 유탄을 맞은 모그룹은 제 몸 추스리기에 정신이 없었다.

KB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83억원에 불과했다. 2003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KB금융은 2008년 한누리 인수 이후 1400억원 규모의 증자에 한차례 참여했지만 이후로 추가적인 금융지원은 없었다. 지난해 KB증권의 자기자본을 6000억원까지 확충할 계획이었지만 그룹의 실적 악화로 진행되지 않았다.

KB 관계자는 "전체 자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민은행이 힘든 상황에서 자회사 키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KB금융을 이끄는 수장의 교체로 그룹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대형 증권사와의 추가적인 M&A에 힘을 실었던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임 시절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 문제로 2009년 KB금융을 떠났다.

9개월간의 회장 공백기에 KB증권은 방치된 상태였고 이런 가운데 지난 해 5월 김명한 초대 사장도 노치용 사장으로 바뀌었다. 노 사장은 한국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현대증권 등을 거쳐 산은캐피탈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현대건설 근무 당시 대표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6년간 지낸 바 있다. 연임이 유력하던 김 전 사장이 떠나고 노 사장이 취임하면서 관치금융의 논란이 일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논란의 반대편엔 내심 신임 사장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MB맨으로 분류되는 노 사장이 KB지주와의 협상력을 높여 KB증권의 대형화를 적극적으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노 사장은 대표적인 증권맨이다. 증권업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의 한명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노 사장의 취임 이후 KB증권의 대형화 움직임은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룹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노 사장 역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B지주와의 협상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6월 취임한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휘청거리는 KB금융의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어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은행 등 금융계열 M&A는 없을 것"이라며 "증권사 역시 자생적인 성장을 기본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KB증권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은 당분간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최근 KB증권과 KB선물이 합병하며 종합금융투자회사로 한발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KB증권이 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없이 '국내 톱3'로 도약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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