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 결과, 국회 보고 의무화 논란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1.04.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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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금융기관 감시감독 투명성 높일 것"…당국 "정치의 개별 금융기관 영향력만 키워"

금융당국이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모든 검사 결과와 조치 사항을 국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최근 저축은행 청문회를 통해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사태를 초래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검사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개별 금융기관 정보가 가감 없이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돼, 개별 금융기관의 영업기밀 침해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빈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김우남 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이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 등에 대해 검사할 경우 그 결과와 조치사항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했다.



현재도 금감원 등의 검사 결과와 조치사항에 대한 자료는 관련기관 업무보고나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개별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명시적인 법률 조항이 없어 국회 입법조사처 등이 금융권의 부실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김 의원 측은 "국회에 금융당국의 검사 자료가 제출되면 언론과 국민에게도 공개되고, 이를 통해 금감원 조사, 검사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국회의원들에게 자료가 제출될 경우 정보 유출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도 금감원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내용을 공시하고 있지만 영업기밀 유출이나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부분은 제외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결과 보고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해당 금융기관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며 "의원들의 개별 금융기관에 대한 영향력만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 전체에게 제공되는 자료이니만큼 내용이 유포되더라도 유포 경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사생활 보호 장치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 말고도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국회 권한을 강화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대한 국회의 견제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김영선 의원의 법안은 예금보험기금 내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등 특정 업권별로 설치된 계정 간에 자산과 부채를 일괄 이전하거나 계정 상호간 일정액 이상을 대출 거래할 때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계정간 거래를 국회의 승인을 받게 하면 부실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법안 발의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를 빌미삼아 국회가 권한만 키우는 데 열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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