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등돌리기엔 잃을게 너무 많다

머니투데이 송정렬 기자 2011.04.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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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전문가들 '애플 승소 가능성 극히 낮아"...삼성 실적 및 주가에 별 영향 없을 듯

“애플의 지적재산권 침해소송은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실적과 주가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까?”

증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No'라고 답했다. 애플의 이번 소송 제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를 위협하는 삼성전자 세트부문에 대한 견제 차원으로 승소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지적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번 일로 등을 돌린다면 서로 잃을 게 너무 많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5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갤럭시S 등 삼성전자 제품이 자사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애플이 중요한 파트너지만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맞소송 의지를 밝히는 등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애플은 갤럭시S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하드웨어 디자인, 사용자환경(UI), 심지어 포장까지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애플의 주장하는 디자인이나 UI의 유사성으로 소송에서 승소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도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스마트폰시장에서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과 UI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LG전자, HTC, 모토로라 등 모든 후발업체들의 문제”라며 “마치 TV를 처음 만든 회사가 사각형 TV를 만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도 “디자인 등으로 소송에서 이기긴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애플의 이번 소송은 오히려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애플은 지난해 대만 HTC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했었다. 지금은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밀려 5위로 추락했지만, HTC는 당시만해도 구글폰 '넥서스원'을 만들며 스마트폰시장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6000만대와 태블릿PC 75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무서운 속도로 자사를 추격해오는 삼성전자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그동안 갤럭시탭 등 삼성제품에 대해 독설을 퍼부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애플과 삼성전자간 거래관계 등을 고려할 때 두 업체가 현재의 갈등상황을 오래 끌고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구매고객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삼성전자에서 LCD, 반도체 등 총 78억달러(약 8조7500억원)의 부품을 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일로 양사가 등을 돌릴 경우 삼성전자는 최대의 고객을 잃게 되고, 애플 역시 아이폰과 아이패드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애플과 삼성전자가 특허 전면전을 벌일 경우 애플이 오히려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핵심회사로 무선프로토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에 관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며 “가능성은 없지만 특허 전면전에 나설 경우 애플이 오히려 잃을게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연구위원은 “이번 소송은 다시한번 애플이 삼성을 견제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며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애플내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고, 하이닉스 등 부품만 만드는 회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갤럭시탭 재고논란, 세무조사, 1분기 실적부진 등 잇따른 악재로 조정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는 85만원선에서 바닥을 다진 이후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노 연구위원은 “이미 조정을 받은 상태”라며 “85만원대에서 단기 바닥을 형성하고, 3분기정도 의미있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분기실적과 주가 연동성이 높다”며 “2분기부터 실적이 회복되고, D램 반도체 등으로 이익의 질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및 국내기관들의 투자유입에 따라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9일 11시 40분 현재 전일대비 0.81% 떨어진 86만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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