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배드뱅크 설립 취지 좋지만···"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1.04.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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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의 줄도산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금융당국이 제안한 배드뱅크(Bad Bank·민간 부실채권 처리기관)설립이 순항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드뱅크 설립을 둘러싼 시중은행들 간 이견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처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하고 있지만 PF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부 은행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당국은 2분기 안에 PF 배드뱅크를 설립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출자에 참여하게 될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산업, 기업, 농협 등 8개 은행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A은행 부동산금융부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전날 각 은행으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어제와 오늘 아침 언론 보도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각 은행들의 PF대출 규모나 부실 정도 등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 출자비율 등이 정해져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처한 상황은 기본적으로 반영 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은행 관계자도 "아직 감독원에서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부분이 없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입장을 정리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며 "일단은 배드뱅크 설립 여부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9년 설립된 국내 첫 민간 부실채권처리 기관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 설립 당시에도 일부 은행이 출자 참여에 난색을 표하는 등으로 진통을 겪었던 전례가 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등 6개 은행이 금융위기로 인한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1조5000억원의 출자와 대출을 통해 설립된 유암코는 4개 은행이 17.5%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개 은행이 각각 15.0%의 지분만 출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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