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게 뭐하러 써요?" 외면받는 와이파이?

머니투데이 신혜선 기자 2011.04.22 06:41
글자크기

'요금폭탄' 없는 데이터 무제한요금제, 와이파이 사용률 '뚝'

"귀찮게 뭐하러 써요?" 외면받는 와이파이?


 "와이파이요? 요금걱정없는데 뭐하러 와이파이 쓰나요? 이동중에 끊기기 일쑤고. 평소에 와이파이는 아예 꺼놓고 3세대(3G)망만 씁니다. 스타벅스에 가서도 굳이 와이파이 안켜죠. 귀찮으니까."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의 무선랜(와이파이)망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때문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와이파이망은 공짜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다. 이동중에는 3세대(3G)망을 이용해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면 끊김현상없이 데이터를 '콸콸콸' 내려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3G망이 수도나 전기요금처럼 사용한만큼 돈을 내야 한다는데 있다. 자칫 '요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요금폭탄'에 대한 우려는 스마트폰의 무선인터넷 이용률을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이 내놓은 것이 바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다. 매월 5만5000원 이상만 내면 용량제한없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무제한 요금제'의 취지다. 요금폭탄을 맞을까봐 조마조마하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무제한 요금제' 출시에 일제히 반색하며, 앞다퉈 가입하기 시작했다. 현재 통신사의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10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가입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600만명에 이른다. 덕분에 통신사들의 데이터매출은 크게 늘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따르면, 통신사의 데이터매출 성장률은 지난 한해 20.9% 증가할 정도였다.

 그러나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600만명에 달하는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은 그야말로 무제한으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다보니, 통신사들의 망은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24시간 온라인 상태로 접속돼 있는 카카오톡같은 킵어라이브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망부하는 급속도로 높아져 지금은 위험수위에 다달았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무선인터넷을 접속할 때 공짜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망인지, 돈을 내야 하는 3G망인지 확인했던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면서부터 망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와이파이 서비스지역에서도 3G망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해 9월 KT의 트래픽 가운데 70%는 와이파이망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무제한 요금제 판매이후인, 지난 2월 KT의 전체 트래픽을 살펴보면, 와이파이망에서 발생한 트래픽은 40%로 감소했고, 3G망 트래픽은 40%까지 늘었다. 2월 KT의 전체 트래픽 5686테라바이트(TB) 가운데 2175TB가 3G망에서 발생한 트래픽인 것이다. 통신사 가운데 와이파이망이 가장 촘촘하게 구축된 KT가 이 정도이니, 다른 통신사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난 3월 SK텔레콤의 3G망 트래픽은 KT의 2배에 달하는 3588TB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신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3G망 트래픽이 몰리다보니, 통화장애 등 통화품질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지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정부에게 주파수를 추가로 받으려고 경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와이파이망 확충도 서두르고 있다. 비록 지금은 와이파이망이 무제한 요금제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외면받고 있지만, 3G망의 우회망으로 쓰임새가 반드시 있다고 보고 있다. 통신전문가들은 "주파수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게 되면 통신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대비해 와이파이와 와이브로를 우회망으로 구축해둬야 한다"고 했다.

▲정부나 통신사들은 급증하는 트래픽을 분산시키기 위해 우회망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외면하고 있다.▲정부나 통신사들은 급증하는 트래픽을 분산시키기 위해 우회망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KT는 5만4500여곳에 달하는 와이파이존을 연내 10만곳까지 확충하고, SK텔레콤도 현재 3만2000여곳에 달하는 와이파이존을 연내 6만2000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영화 1편을 1분 25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4세대(4G) 이통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이 상용화되면 태블릿PC 시대가 본격 열릴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달리, 태블릿PC는 주로 대용량 데이터를 다운받기 때문에 와이파이망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통신사들은 이래저래 망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