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그것도 간단치 않다'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1.04.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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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로 채권단 손실 커질 경우 유로존 전체로 파장 확대될 수 있어

그리스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독일 정부의 공론화로 다시 한 번 수면위로 떠오르자 그리스 사태의 추이와 파장에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막힌 그리스가 구제 금융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불투명한 상황이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디폴트를 단행하기에도 거쳐야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스 디폴트, 넘어야 할 산 많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고 진단했다.



BNP파리바 케네스 와트렛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최근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을 고려하고 있다"며 "가능한 채무조정안의 하나는 채권단이 손해를 감수하는 '헤어컷'이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헤어컷이 단행될 경우 이를 보유한 유럽 은행들이 손실을 입으며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게 암초가 될 수 있다. 제프리 앤 코의 데이비드 저르보스 채권 투자전략 대표는 "그리스 채무재조정이 전 세계 은행 시스템, 주로 유럽에 손실을 입힐 것"이라 말했다.

헤어컷이 그리스 은행들을 약화시켜 그리스에 더 많은 구제 금융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도 예상 된다. 벨기에 싱크탱크 그룹인 브뤼겔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해 기준 그리스 부채의 20%가 그리스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것이라 추산했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기관투자자들과 관련한 정치적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스 국채의 3분의 1은 연기금, 보험사 등 비금융기관이 갖고 있다.

안드레 사피르 브뤼겔 이코노미스트는 "연기금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연기금 뒤에 있는 이들" 때문에 EU가 스트레스테스트를 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가 사실상 디폴트에 해당되는 채무재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란 전망은 시장에서 공공연히 거론됐다.

이 같은 시장 전망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지난 주 "그리스가 6월 감사에 실패한다면 추가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밝히면서부터 공론화 됐다.

베르너 호이어 독일 외무차관 역시 지난 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채무재조정의 결과가 재앙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측에 채무조정을 권고하는 의견을 내놨다.

이 같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15일 그리스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는 각각 13.7%, 17.963%까지 급등, 그리스를 둘러싼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리스 불안감에 유로도 달러대비 15개월 고점에서 떨어졌다.

데이터 정보업체 CMA에 따르면 15일 그리스 국채 신용부도스왑(CDS)은 1155bp까지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그리스가 5년 내 디폴트 할 가능성을 63%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리스 정부, IMF, EU "그리스, 디폴트 결코 없다"

물론 그리스 정부와 유력 기관들은 공식적으로 디폴트 가능성을 일축했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16일 "채무재조정은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이슈가 아니"라며 "채무재조정의 고통과 비용은 채권단에게 채무를 상환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리스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받고 있는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채무조정이 아닌 부채 상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는 "(구제금융을 집행할 당시와)아무 것도 변한 게 없다"며 그리스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 장관도 "채무재조정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다"고 밝혔다.

IMF 관계자들이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을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대해 윌리엄 머레이 IMF 대변인은 "말도 안 되는"이야기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도 "우리는 그리스의 채무재조정을 선택사항 중 하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관계자들의 부인에도 불구,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그리스가 현재와 같은 국채 금리로는 더 이상 금융시장에서 돈을 끌어올 수 없는 상황이기에 채무재조정은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가 갚아야 하는 빚은 2009년 2980억 유로에서 2013년 3750억 유로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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