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생사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야 할 법정관리체제가, 경영권 유지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연장을 위한 협상카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관리 증가는 금융권 등 채권자와 하도급업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법원의 허가 없이 기업자산을 처분할 수 없지만 채권자 역시 가압류 등 채권 행사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LIG건설의 하도급업체는 205개. 이들 업체가 LIG건설과 맺은 계약은 모두 3087억원이지만 향후 회수여부가 불투명하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법정관리가 증가하는 이유는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보장받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와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006년 통합도산법이 개정되면서 중대한 위법 사실이 없으면 법정관리기업의 기존 대주주 경영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여기다 법원이 최근 도입한 패스트트랙 제도가 기존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더 수월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패스트트랙제도는 외부 인사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 관리인을 내부인사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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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은 '도덕적 해이'비난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고 항변한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회사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자구책을 실행했다"며 "부도덕성에 대한 지적은 한쪽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산전문 A 변호사는 "최근 법정관리 사례는 사실상 채무 변제 의무를 일정기간 면제해주고 경영권을 인정해 주는 경우"라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위에 따라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에 일정 제약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