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건설마저···법정관리, 부실자르기로 변질(?)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김훈남 기자 2011.04.1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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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건설과 삼부토건에 이어 동양건설산업마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하면서 이 제도가 부실의 '꼬리자르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생사의 마지막 갈림길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해야 할 법정관리체제가, 경영권 유지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연장을 위한 협상카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동양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은 올 들어 46번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이 법원에 신청됐던 35건에 비해 31%가량 증가한 수치다. 건설경기 침체와 미분양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중견 건설사 등의 법정관리 신청이 부쩍 증가했다.

법정관리 증가는 금융권 등 채권자와 하도급업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법원의 허가 없이 기업자산을 처분할 수 없지만 채권자 역시 가압류 등 채권 행사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간 LIG건설의 하도급업체는 205개. 이들 업체가 LIG건설과 맺은 계약은 모두 3087억원이지만 향후 회수여부가 불투명하다.



또 법정관리 신청직전에 발행한 기업어음(CP)투자자들도 손실이 불가피하다. 지난 12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삼부토건은 법정관리 신청 직전 60억원어치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이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일정 액수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법정관리가 증가하는 이유는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보장받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와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지난 2006년 통합도산법이 개정되면서 중대한 위법 사실이 없으면 법정관리기업의 기존 대주주 경영권을 보장해 주고 있다.

여기다 법원이 최근 도입한 패스트트랙 제도가 기존 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더 수월하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패스트트랙제도는 외부 인사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 관리인을 내부인사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은 '도덕적 해이'비난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어 최후의 수단을 선택했다고 항변한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회사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자구책을 실행했다"며 "부도덕성에 대한 지적은 한쪽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산전문 A 변호사는 "최근 법정관리 사례는 사실상 채무 변제 의무를 일정기간 면제해주고 경영권을 인정해 주는 경우"라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경위에 따라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에 일정 제약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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