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올리는 순간, '제명'될까봐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2011.04.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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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직장인들도 그렇겠지만 기자들에게도 금요일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한 날이다. 토요일자 주말판 지면 부담도 적은 편인데다 주말을 앞둔 설렘도 작용한다. 지난 일요일 출근했던 기자들이 '대휴'를 사용해 쉬면서 기자실에도 다소 여유로운(?) 분위기가 생긴다.

그런데 요즘 식품업계 출입기자들은 오히려 금요일 오후 늦게까지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올 들어 금요일만 되면 식품 업체들이 깜짝 가격 인상 발표를 터뜨려서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때문에 '5분 대기조'가 돼야 한다. 금요일 대휴는 언감생심이다.



지난달 12일 금요일 CJ제일제당이 설탕값을 9.8% 올리자 정확히 한 주 뒤인 19일 경쟁업체 삼양사 (71,200원 ▲1,300 +1.86%)대한제당 (3,215원 ▲50 +1.58%)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안을 발표했다. 이달 들어서도 동아원 (1,058원 0.00%)이 금요일인 지난 1일 밀가루값 인상을 발표했고 CJ제일제당 (333,500원 ▲4,500 +1.37%)도 한주 뒤 가격을 올렸다. 잇단 설탕과 밀가루값 인상으로 앞으로 라면·과자·빵 등의 도미노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금요일은 더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며 발표를 할 수밖에 없는 업체들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 해외 원재료가가 100% 넘게 올랐는데도 물가 압박에 오히려 손해를 보며 팔고 있는 경우도 있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게 식품업체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부진한 실적을 보면 원가압박을 받는다는 목소리를 그저 그런 '떼쓰기'로 치부해버리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외면과 정부의 압박을 우려해 드러내놓고 인상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행어를 본떠 "가격을 올리는 순간, '제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우스갯소리도 돈다. 잇단 금요일 깜짝 발표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정부와 고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데 주말에 보도가 되면 그나마 이슈화가 덜 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정부 부처에서 민감한 정책을 발표 할 때면 금요일을 택해 상대적으로 조용히 묻어가는 경우와 비슷하다.

정부가 '두더지 잡기'식의 미봉책으로 업체를 압박해봐야 결국 오를 품목은 언제간 오른다는 현실을 빨리 인정했으면 한다. 시장 논리에 맞은 거시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업체도 서민들도 모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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