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집 근처 마트에 들렀다. 받아쓰기 공책부터 빗자루, 우유 등등 이것저것 필요한 것이 많다고 했다. 오른 것만 꼽아보니 우유는 1ℓ짜리가 200원 인상됐다. 예전 문방구에서는 100원쯤 했을지 싶은 공책은 600원이 넘었고 다섯개가 묶인 것도 전혀 값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구마 세개는 5000원 가까이나 됐다. 과일 몇가지와 휴지, 어린이용 우산, 라면, 과자 등등까지 카트에 넣다보니 가격은 몇만원을 훌쩍 넘겼다. 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었다. ℓ 당 100원씩 내린다는 소식을 들어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자주 들르던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20~30원밖에 떨어져있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지만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주유원과 실강이할 일은 아니지 싶었다.
월요일 출근 뒤 처음으로 접한 소식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물가 산정 체계를 바꾼다는 것이었다. 명분은 소비자·생산자 물가지수 산정체계가 체감물가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팔목꺾기라는 비난을 받았던 기름값 인하(그나마 정유사의 선언(?)일뿐, 100원 싼 기름을 찾기란 쉽지 않다)가 선거 전에 발표되고, 무상급식 때문에 5% 물가 목전에서 멈췄다는 생각까지 겹쳐지니 더욱 씁쓸했다.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신는 이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고도 뭐가 문제냐고 되레 눈을 부라리는 이가 너무 많다. 마침 IMF가 고쳐 내놓은 물가 전망은 4.5%로 이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