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골디락스는 계속될 것인가

머니투데이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2011.04.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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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스]골디락스는 계속될 것인가


세계 금융시장은 이제 유럽의 재정위기, 유가급등, 일본지진 등 악재의 충격에서 벗어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강세장으로 복귀하려 하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중요 지지선인 1100원을 하향 돌파했다. 미국 다우존스, S&P 등 주요 주가지수도 지난 2월의 전고점 가까이까지 반등했다.

최근 나타난 금융시장의 놀라운 복원력은 '골디락스' 테마가 아직도 유효함을 시사한다. 경기침체와 과열 가능성이 둘 다 크지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골디락스는 금융시장 강세장을 지속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골디락스 상태가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유럽·중동 및 북아프리카 사태, 일본이라는 세 악재에 시장이 둔감해진 것을 들 수 있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이제 금융시장에서 '고장난 레코드판' 취급을 받는다. 유럽연합(EU) 각국 정상이 아직도 구제금융안에 대해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포르투갈이 차기 구제금융 수혜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페인의 재정 및 은행 부실에 대한 불안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정치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독일이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는 듯하다. 유럽 중앙은행이 꿋꿋이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 역시 시장의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해준 격이다.

중동·북아프리카의 정정불안 및 일본 지진 역시 뚜렷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제유가도 당분간 배럴당 110달러에 달하는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장은 밝은 측면에 주목하는 듯하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중동 부국들의 과감한 재정지출 그리고 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이 세계경제 성장의 또다른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원유공급 차질이 리비아에 그치는 한 '3차 오일쇼크'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경제의 호조가 큰 문제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시장 강세장의 가장 중요한 버팀목은 바로 미국경제의 회복기조였다. 2차 양적 완화, 추가 감세 등 경기부양책에 의존한 회복이라고 깎아내리는 시각도 있었지만 회복세의 지속성이 입증되면서 부양책의 효과가 떨어지는 하반기에도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크게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경제의 기본적인 성장동력을 공급하는 상수가 돼버린 듯하다.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의 긴축정책에도, 중국의 경기나 물가지표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당국이 정책기조를 성장에서 안정 중시로 바꾼다는 말이 있지만 적어도 8%대 성장률이 지속되는 한 중국경제의 둔화를 걱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시각에 필자도 동의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트리셰 총재가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일각에서 출구전략을 시행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최근 움직임은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금리 정상화 시사는 중앙은행이 경기회복세를 확인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요 측 인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실제 인플레이션 수치를 감안할 때 FRB나 ECB가 1980년대 초 폴 볼커 당시 FRB 의장과 같은 강력한 '인플레이션과 싸움'을 실천에 옮길 확률은 거의 없다.

세계 금융시장이 선진국의 금리인상을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보다 유동성의 축소 가능성 때문이다. 위험자산이나 신흥국 금융시장에 유입된 유동성이 선진국 중앙은행으로 환수되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금융시장이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상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은 일본의 통화확대정책과 '엔캐리' 거래의 재연이 세계 유동성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유럽, 중동·북아프리카, 일본의 악재가 제한적이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완만한 수준에 그치는 한 세계 금융시장의 골디락스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결국 미국의 골디락스가 세계경제의 골디락스를 선도하는 상황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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