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간부, "강만수 한은법 의혹 잘못됐다"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11.03.3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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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한은 부국장, '숫자 없는 경제학' 저서서 반박

한국은행에 27년 째 몸담은 현직 간부가 책을 통해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의 한국은행법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해 화제가 되고 있다. 강 회장이 지난 2005년 쓴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제기한 블룸필드 보고서 관련 의혹이 반박의 대상.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은 차현진 부국장(워싱턴 주재원)은 최근 발간한 저서 '숫자 없는 경제학'(인물과 사상사)에서 강 회장의 한은법 비판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강 회장은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에서 한은법 개편의 기틀이 됐던 블룸필드 보고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한은 설립을 둘러싸고 재무부와 조선은행(당시 중앙은행) 간 이견이 크자 미국 전문가를 초빙해 작성됐으며, 한국은행법의 모태가 됐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아서 블룸필드 박사가 미 연방준비은행을 모델로 한은 설립 권고안을 만들었고, 이 권고안이 기틀이 돼 1950년 국회에서 한은법이 통과된 것이다.



강 회장은 저서에서 재무부와 조선은행 간 싸움을 '카인의 후예들 싸움'이라 지칭하며 조선은행이 블룸필드 보고서 내용을 조직적으로 조작, 왜곡했을 것이라고 썼다. 외환에 관한 업무를 금융통화위원회에 부여하는 등 자신들에 유리하게 왜곡했다는 지적이다.

강 회장은 또 "1950년의 한국은행법은 한마디로 말해 왜곡, 변조, 돌출, 무리 등 흠결이 너무 많았다"며 한은이 블룸필드 최종 본을 금고에 숨기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차 부국장은 그러나 증거를 수집한 결과 강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쟁 중 불타 없어진 보고서가 한은 금고 안에 보관돼 있다'는 주장부터 부정했다.


차 부국장은 "(문제의 보고서는)1951년 3월 미국에서 인쇄돼 한은 도서실에 50년 이상 보관돼 있었고, 열람이 허용되고 있으며 서울대 정운찬 교수는 여러 해 동안 그 자료를 교재로 쓰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최초 버전인 1950년 2월 영문판은 한은에 남아있지 않다"며 "원본은 블룸필드가 정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며 그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차 부국장은 "강만수님이 읽었다는 1951년 판 서문에도 블룸필드 일행이 김도연 재무부 장관에 최초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말이 분명히 적혀 있다"며 재무부에서 이를 본 사람이 없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아울러 "당시 재무부가 신설되는 중앙은행을 산하에 두기 위해 한은의 법인격을 선언하는 조항을 삭제했다"며 오히려 보고서를 왜곡한 측은 재무부라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 1997년 한은법 개정 과정에서 재정부-한은 간 마찰이 재현되자 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진실을 오도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차 부국장은 특히 "철저히 증거를 찾기 위해 한은 자료실과 뉴욕 연준 도서관, 미 연준이사회 문서보관소를 모두 뒤졌고 블룸필드 박사의 요구를 검토하기도 했다"며 책의 내용이 사실에 입각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총 10개의 장중 8~10장을 한은 탄생의 과정에 할애했으며 8장 '세 가지 거짓말' 전체를 통해 강 회장의 의혹을 반박,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차 부국장의 책 '숫자 없는 경제학' 발간으로 한은 한은법의 모태라 불리는 '블룸필드 보고서'의 진위 여부가 새롭게 조명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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