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 소액주주들 "왜 하필 KT로…"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1.03.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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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상장 앞둔 스카이라이프 주총장, 주주들 곳곳에서 성토

스카이라이프 소액주주들 "왜 하필 KT로…"


"지금도 스카이라이프 주식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요."

30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목동 방송회관. 소액주주 300여명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10년만에 상장한다는 얘기에 3살 딸의 손을 쥐고 주총장을 찾은 주부 김모씨(42)는 "대출금 갚고 감자 당하고, 그동안 속이 다 탔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5월 국민주 방식으로 일반공모를 실시한 스카이라이프의 소액주주는 약 1만6000명(지분율 35%). 국내 최초로 디지털 방식과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를 표방한 데다 KT (37,250원 ▼450 -1.19%)가 1대주주, 굴지의 대기업 및 언론사들이 주요주주로 참여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대박'은 없었다. 개국 초기 본방송 연기와 경영진의 방만 경영으로 물의를 빚고 케이블방송과의 콘텐츠 차별화 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내면서 스카이라이프는 주주들의 골칫거리가 됐다.

매년 쌓이는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는 결국 2006년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섰고 2009년 하반기 5대1 무상감자 등으로 누적적자를 해소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KT와 손잡고 내놓은 '위성방송+IPTV' 결합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부터는 가입자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작년에는 매출액 4310억원, 순이익 40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증시 상장을 위한 '맷집'을 갖춘 셈이다.

스카이라이프는 5월초 공모를 거쳐 5월12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10년간 속이 새까맣게 탄 소액주주들은 이날 주총에서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 소액주주는 "10년간 스카이라이프 때문에 주위에서 인간적 모욕을 당하고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며 "감자 당한 것과 10년간 금융비용을 고려하면 지금 2만원 안팎 장외주가는 원가도 안되는 데 주가에 대한 자신이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몽룡 대표이사는 "외국인 지분이 전혀 없어 49% 지분 한도만큼 외국인이 들어올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지금도 외국인 기관 투자자 중 투자 의향을 밝힌 곳이 여러 곳"이라며 주주들을 달랬다.

또 "올해는 배당을 못했지만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비용을 절감해 이익을 늘려 내년부터 보통주에 배당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후 KT 계열사라는 점이 '주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도 쏟아졌다. 회사는 이날 사명을 'KT스카이라이프'로 변경했다.

한 소액주주는 "KT나 그 계열사들 중 상장 후 죽 쑤지 않는 곳이 어디있냐"며 "KT는 삼성 같은 계열이 아니라 죽 쑤는 계열로 증시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데 왜 하필 KT의 우산 속에 들어가려고 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KT의 자회사가 많은 데 성장성 면에서 스카이라이프 만큼 고도의 성장성을 갖고 있는 곳이 없다"며 "KT의 막강한 유통망이 실적이나 주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T의 자회사가 안됐다면 오히려 우리가 KT가 공격하는 1차 타깃이 됐을 것"이라며 "KT의 자회사로 한 식구가 됐기 때문에 결합상품으로 케이블 등 유료방송 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MBC 등 지상파의 재송신료 분쟁과 관련해 "과거 존재조차 없던 회사가 이제 케이블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그만큼 견제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SD로 전환하면 되기 때문에 방송이 끊기는 사례는 없을 것이고 방송통신위원회 중재안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MBC가 스카이라이프에 4월13일부터 수도권 지역 HD방송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SBS (21,900원 ▼200 -0.90%)도 내달 25일 HD방송 재송신을 중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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