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막아드립니다' 상폐브로커, 사실이었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1.03.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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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상장폐지 브로커 및 심사위원 구속

"퇴출 면해드립니다…"
상장폐지 브로커의 실체가 사실로 확인됐다. 코스닥 상장업체와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 사이의 검은 거래가 최근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이석환)는 상장폐지를 면하게 해주겠다며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전직 한국거래소 심사위원 김모씨(47·공인회계사)와 조모씨(43·공인회계사)를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머니투데이 2010년 11월1일 "'퇴출 막아드립니다'…상폐탈출 브로커 등장" 기사 참조>

지난해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된 한 코스닥 기업대표이사는 '실질심사와 상장폐지 탈출을 도와드리는 사람'라며 브로커들이 접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브로커들은 실질심사위원회 교수 두 분이 회사 고문이고 거래소 과장, 부장 모두 우리가 잘 아는 사람들이라며 실질심사에서부터 상장폐지 이의신청까지 모든 서류작업도 대행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변호사 등을 통해 '상장 유지 노하우가 담긴 서류작업'을 대행해 주겠다며 많게는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이사는 "상장폐지로 주식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외부 교수나 전문직 사람들이 포함된 '위원회'가 최종결정을 내리지만, 재무구조, 실적, 횡령여부 등에 있어서 명확한 퇴출기준은 없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 인정하더라도 위원회가 인정하지 않으면 상장을 유지할 수 없다.

회계법인들은 자신들이 감사의견 '적정'을 준 회사가 실질심사에 의해 퇴출당하는 일이 반복되자 문제의 소지를 막기 위해 더 깐깐하게 감사강도를 높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된 기업이 속출하면서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며 "원칙과 기준이 없는 곳에는 늘 브로커들이 활개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에 잡힌 김씨는 2009년 5월 상장폐지 심사위원을 지내면서 S수산 대표에게 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대가로 3억원 요구해 1억원을 받은 혐의다. 그는 "다른 업체의 심사 때도 위원장으로서 상장폐지를 면하게 해주고 5억원을 받았다"며 S사에 돈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의 선정이 부실하게 이뤄져온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달 말 코스닥 상장사들에 대한 대규모 상장폐지 심사가 예정된 가운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KRX)는 이에 대해 "실질심사위원 선정 당시 부적격 사실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선정 후 발생된 사건"이라며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선임 부적격 사유가 발생했지만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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