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제이' 결핵균으로 암 치료한다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11.03.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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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결핵균으로 암 치료 백신 개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결핵균을 이용해 또 다른 강력한 질환인 '암'을 치료하는 백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21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충남대 신성재 교수와 부산대 박영민 교수가 결핵균의 특정 단백질과 세포(수지상세포)를 이용해 암 치료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백신을 최초로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교과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오세정)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보건복지부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암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암 연구'(Cancer Research)지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결핵예방백신으로 사용되는 BCG균(결핵균의 변종)은 임상시험결과 당뇨와 암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부작용 때문에 암치료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매번 실패했다.



연구팀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결핵균 중에서 가장 강력한 병원성 인자(HBHA)의 특성을 그대로 보유한 단백질을 제작했다. 이 단백질을 암에 걸린 생쥐에게 주사하자 암 세포의 괴사가 촉진되고 종양의 크기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즉 결핵균을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연구성과"라며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HBHA의 항암 효과는 다양한 면역반응을 증강시키면서 나타나는 것이고, 면역수용체(TLR4)를 매개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기존 연구가 암 자체의 항원을 발굴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결핵균의 특정한 항원을 면역보강제로 이용해 난치성 면역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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