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車부품 공장' 일본발 충격 어디까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1.03.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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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미션과 엔진 주요 공급처… 한국 반사이익 '글쎄'

대지진과 원전 방사능 누출 위험으로 일본 자동차 부품업계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 자동차업계는 물론 일본 부품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중국 완성차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국산화율이 높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가운데 일본산 재료와 부품을 사용하는 사례가 일부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美·日 '명가재건' 차질빚나= 17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 부품업계가 수출하는 트랜스미션의 절반 가량이 미국과 중국, 유럽 등으로 향한다.

엔진 역시 전체 수출량의 20%가 이들 몫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 차 업계의 일본산 엔진·트랜스미션 의존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게다가 두 부품은 자동차 구동계를 구성하는 핵심이어서 이들 부품의 공급 차질은 곧바로 완성차 생산에 영향을 준다.



차량용 전자제품 역시 일본산 반도체와 플래시 메모리를 대부분 사용한다. 현재로선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세부 품목까지 감안하면 완성차 업계의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료주입기와 터보차저, 캠샤프트 드라이브 등 구동계 부품과 라디에이터 모듈 및 인터쿨러 등 엔진 냉각계통 부품들도 일본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칫 일본 부품 공백이 전세계 자동차 공장의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셈이다.

GM은 최근 부품구매실적과 품질 등을 평가해 '올해의 납품사' 82곳을 선정했는데 이 중 8곳이 일본업체였다. 포드는 엔진과 트랜스미션 외에 포드 퓨전 하이브리드에 쓰이는 배터리를 산요에서 공급받는다. 지난해 GM과 포드를 포함한 미 자동차 업계의 일본산 부품 수입규모는 120억달러 수준이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타격은 더 직접적이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90% 이상의 부품을 자국에서 조달하고 있다.

◇한국 부품업계 '봄날' 오나= 그렇다고 한국 부품업계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227,000원 0.00%) 관계자는 "부품의 경우 엄격한 품질 테스트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는데 여기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며 "같은 기능의 부품이라도 모델별로 사양이 달라 바로 공급선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곧 일본에서 공급받던 부품을 한국에서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 부품업체의 생산 차질이 바로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부품업계 관계자는 "아직 유럽이나 미국 등 완성차 업체에서 구매의사나 부품 조달 가능 여부를 타진해 온 것은 없다"며 "당장 주문이 오더라도 품질 테스트와 사양 조정을 하려면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112,700원 ▼2,000 -1.74%)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핵심 부품 대부분을 국산화해 국산화률이 90% 이상이다. 물론 비핵심 부품이라도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모듈화 돼 있는 부품 공정상 차 제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방심하기는 이르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 지역 밖에 위치한 또 다른 현지 공급선이 있어 부품 수급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하지만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일본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량을 줄일 경우 이들 업체에 납품하는 한국 부품업계의 생산도 동반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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