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없었던 코오롱의 M&A 꿈, 이번에는?

더벨 박창현 기자 2011.03.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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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보수적 경영 행보에 재계 순위 급락

더벨|이 기사는 03월14일(09:4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코오롱 (16,500원 ▲60 +0.36%)은 2006년 이웅렬 회장 주도 아래 2010년까지 매출 20조 원, 당기순이익 1조5000억원을 올려 재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빅 스텝(Big Step) 2010' 비전을 선포하고 신사업 확장을 적극 독려했다.



M&A 전담부서인 '미래전략추진실'까지 신설해 매물 검토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5년간 성사시킨 거래는 단 2건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1000억원 미만의 스몰딜이었다. 결국 거창한 비전과 달리 공회전만 거듭하자 해당부서는 최근 사실상 해체됐다.

업계는 코오롱의 M&A 전략 실패 원인에 대해 지주사 전환과 계열 건설사 지원 등 그룹 내부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표면적인 이유 외에 과거 대규모 투자 실패에 따른 경영진의 과도한 리스크 회피 성향을 지적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1994년 포항제철(현 포스코)과 함께 이동통신업체인 '신세기통신'을 설립하고 통신서비스사업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황금어장'으로 각광받던 이동통신업을 시작한 코오롱은 전 그룹사를 동원해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발업체인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과의 시장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연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렸다. 또 이후 추가 증자 참여와 실권주 인수 비용으로만 수 백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결국 자금 압박이 심해지자 코오롱은 통신사업 진출 5년 만인 1999년 신세기통신 지분 전량(23.5%, 3751만주)을 한국이동통신에 넘기면서 관련 사업을 접었다. 코오롱 측은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 300%가 넘었던 그룹 전체 부채비율을 160%까지 낮추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룹의 미래를 위해 '미래'를 팔았다"는 이 회장의 고백처럼 이후 코오롱은 정체 일로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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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재계(공기업 제외) 순위 20위에 올랐던 코오롱은 10년이 지난 2010년 현재 순위가 열 계단 이상 떨어진 36위에 머물고 있다. 자산총액 역시 4조6160억원에서 6조8290억원으로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코오롱은 이후 꾸준히 신규 사업 진출을 도모했지만 초기 계획만 거창할 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세기통신 사업 철수 이후 대규모 신규 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가 많이 약해졌고 자연스럽게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선택하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의 보수적인 경영방침은 그룹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신세기통신 사업의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며 "안정 위주의 사업 전략을 구사하다보니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업 포트폴리오가 거의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룹의 당면 과제였던 지주사 체제 구축을 완료한 코오롱이 앞으로 어떤 전략적인 행보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코오롱은 후속조치로 계열사 간 통합 및 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갖추게 됨에 따라 확장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국델파이 M&A가 코오롱의 신규 사업 추진 의지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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