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위기의 학원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1.03.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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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저녁 무렵, 증시 주변에서 학원사업이 주력인 코스닥 상장 교육업체 한 곳이 1차 부도 위기라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퇴근을 미루고 확인해 보니 사실이 아니었지만 주변 평가가 묘했습니다. 부도가 아니더라도 사업을 접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적잖았습니다.

또 사교육시장 여건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부러워한다는 '사교육 천국' 대한민국에서 요새 학원업체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모두가 메가스터디를 꿈꿨지만 '제2의 메가스터디'는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름 한 번 들어본 것 같다 하는 강사 한 사람이 내는 세금만 수십억원이라는 말이 나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학원업체의 코스닥 증시 입성이 줄을 잇고, 외국계 펀드가 사교육의 메카 '대치동'으로 몰려들던 시절입니다. 2007년 4월 10만원대 중반에 머물던 메가스터디 (11,220원 ▲20 +0.18%) 주가가 1년만에 38만9900원까지 치솟은 데도 바로 외국계 자금 덕이 컸습니다.

메가스터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기고 코스닥 시총 1위에 올라서자 시류에 올라타려는 업체가 우후죽순 늘었습니다. 지난해 상호를 에스브이에이치로 바꿨다 지난 1월말 상장폐지된 엘림에듀나 비상장사 아발론교육, 하이스트, 청산 등에 외국계 자금이 유입된 것도 그맘 때입니다. 외국계 자금 투자가 봇물을 이뤘던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국내 사교육 시장에 돌던 '달러'가 1조원을 넘었다고 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금 마련을 위해 불리한 계약을 마다치 않는 학원이 늘면서 학원업계는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대형학원은 소규모 학원을 인수하거나 신설하는 식으로 버텼습니다. 그래 봐야 시장 규모가 그대로니 매출액은 커져도 순이익은 고만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외국 자본이 돈을 빼면서 대란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선 정부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사교육 시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교육업계 대장주 메가스터디조차 지난해 영업이익이 813억원으로 전년보다 3.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담러닝 (15,720원 ▲60 +0.38%)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보다 27% 감소했습니다.

증권가와 관련업계에선 당분간 부도설이나 지분 매각설이 사라지긴 쉽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타개책으로 나오는 신규사업 진출 시도에도 긍정보다는 우려의 시각이 많습니다. 실패할 경우 치명적이라는 점에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학원업계의 거품을 해소하고 교육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이라면 그건 온전히 학원업계 스스로 풀어야 할 길이라는 지적입니다.


증시 관계자는 "메가스터디의 성공이 어쩌면 그동안 학원가에 독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사교육 업체가 겪는 이런 시련이 교육 관련 기업이 본업인 교육보다 사업에 몰두하면서 빚어진 자업자득이 아닌지 곱씹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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