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 방치 땐 치매 위험률 높아진다

허찬욱 허찬욱이비인후과 원장 2011.03.1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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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최근 난청이 심한 노인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프랭크 린 교수는 치매 증세가 없는 36~90세의 남녀 639명을 대상으로 평균 12년간 추적 검사를 실시한 결과, 청력이 10데시벨 낮아질 때마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률이 20%씩 높아졌다고 밝혔다.

조사가 진행된 12년간 치매를 일으킨 대상자는 총 58명이었고, 이중 37명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됐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은 치매의 36% 이상이 난청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노인성 난청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됐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서히 청력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노인성 난청 환자들은 잘 안 들리는 문제뿐 아니라 소외감이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돼 왔다. 노인성 난청, 막을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노인성 난청, 청력보다 소외감이 더 큰 상처

노인성 난청의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증세가 나빠진다는 데 있다. 그런데 대부분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귀의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주변의 친구나 가족들이 먼저 알아채곤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 모두 노인성 난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노인성 난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의사소통의 문제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을 겪는 환자들의 대부분은 겉으로 보기에 건강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단지 상대방의 말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뿐 아니라 사회와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정서적인 격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특히 소외감이 강한 노인일수록 이러한 '단절'의 상처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청력이 나빠져서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상황을 치매로 오인하는 경우도 의외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외국의 경우 난청이 있는 노인 중 20%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45세 이상 성인의 4%가량은 청각장애가 있으며, 65~75세 사이의 성인 중에는 30~35%, 75세 이상에서는 50% 이상이 난청을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 바로 노인성 난청이다. 그런데 그 특징을 잘 몰라서 병을 키우는 일들이 많다. 혹시 부모님에게서 노인성 난청 징후가 나타난다면 즉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최적의 대안은 보청기 착용

노인성 난청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자세는 꾸준한 청력관리와 난청을 개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귀 전문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고 정확한 청력을 측정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청력 상태를 이해할 수 있고, 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앨 수 있다. 아울러 노인성 난청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소리를 한번 못 듣는다고 생각하면 점점 더 못 듣게 되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도 전문의와 정기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최근 난청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낸 프랭크 린 연구팀은 "난청을 치료하면 치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청기 착용이나 수술로 난청을 해소하면 치매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노인성 난청이 발생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해결방법은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다. 미국 전국노인협회에서 50세 이상 2300여명의 난청인을 대상으로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난청의 결과>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보면, 보청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 삶의 질이 놀랄 만큼 개선됐으며, 50% 이상이 가족들과의 관계는 물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보청기 착용은 노화로 인한 난청을 해결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보청기 착용을 결정했다면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신중하게 골라야 착용 후 최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구입하기 전 전문청각사의 정확한 검사와 전문의의 올바른 처방이 필요하다. 난청이 있다고 무조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력검사 후 전문의의 처방을 통해 귀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보청기는 고가의 제품이므로 가격이나 브랜드만 보고 골라서는 안 된다. 보청기의 선택은 단순히 청력 손실의 정도만을 보는 것이 아니고, 정확한 검사를 통해 귀 모양, 난청 정도, 생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본인의 귀 상태에 맞는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한편 보청기 착용 후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할 경우 보청기 착용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 보청기 구입 후에도 착용이 익숙해질 때까지 적응기간이 필요하며 보청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착용하고 있는 귀의 난청이 더 심해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난청을 의심할만한 증상

첫째, 노인성 난청은 고음의 소리를 잘 못 듣는다. <스> <츠>와 같은 고음의 소리를 못 들을 뿐 아니라 남자 목소리보다 고음인 여자의 목소리를 더 알아듣기 힘들게 된다. 한 예로 시어머니가 아들 이야기는 잘 듣고, 며느리 이야기는 못 듣는다는 말이 있다. 여성의 목소리가 더 고음이기 때문이다.

둘째, 소리는 들리지만 분별력이 떨어진다. 노인성 난청의 경우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작게 들리고, 마치 중얼거리는 것처럼 들리거나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발>이나 <달>처럼 비슷한 말을 구분하는 분별력이 떨어지게 되고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인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더욱 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셋째, 주로 양측으로 나타나며 청력이 떨어지는 정도가 비슷하다. 노인성 난청은 청력 저하가 양측에서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난청으로 인해 보청기를 착용하게 될 경우 보청기 양이 착용이 효과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넷째, 서서히 진행되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가속화된다. 노인성 난청은 청각세포 손상이 뇌로 올라가는 청신경의 노화와 관련이 돼 서서히 진행되므로 청력이 나빠지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노인성 난청은 청력이 천천히 떨어지다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청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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