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뛰는 물가에 파업까지… 인플레 초비상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1.03.0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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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할인율 한달만에 또 인상·달러 암시장 단속

지난 8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일본 야마하 오토바이 공장에서는 3000명의 노동자가 파업을 벌였다. 노동조합 설립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현재 165만동(미화 78.57달러)인 월 기본급을 203만동으로 올려달라는 것.



살인적 물가.. 정정불안 가중=야마하 노동자의 파업은 인플레로 위기에 처한 베트남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베트남, 뛰는 물가에 파업까지… 인플레 초비상


베트남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31%로 2년래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뛰는 식품가는 살인적이다. 세계식량기구(FAO)등은 유가보다는 식량가 급등이 아시아의 정정불안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인플레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달말 베트남 정부는 휘발유 가격의 최대 24% 인상을 결정했다.

원자재가 급등으로 더 이상 가격인상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던 데다 유류 보조금을 감당할 재정여력이 부족한 것도 휘발유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됐다. 앞서 전기료 또한 15% 인상된 상태였다.

이처럼 물가인상 압박이 가중되자 생존의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은 일손을 놓고 거래에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베트남의 인플레 우려 고조는 계속된 무역적자와 베트남 통화의 평가절하가 뒤섞인 결과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지난 2월11일 베트남 통화인 동화를 달러대비 8.5% 평가절하했다. 14개월동안 4번째 평가절하 조치였다.

수출 증가를 위해 2008년 중순이후 동화를 20% 가량 평가절하한 것이 이제는 오히려 부메랑이 돼 수입물가를 상승시키고 인플레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동화 가치가 하락하자 베트남 국민은 동화 대신 안전자산인 금이나 부동산, 달러화 등에 투자하면서 물가 불안 심리는 더욱 깊어졌다.

미래 또한 우울한 전망뿐이다. 리비아 사태로 유가인상 압박이 계속되는 데다 미얀마의 쌀 수출제한에 따른 베트남의 식품가 인상 전망으로 인플레가 가중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집트 리비아 등의 반정부 시위가 물가상승에 따른 국민의 분노에 기인했던 것을 고려하면 베트남에서도 이 같은 소요시위가 없으리란 확신은 없다.

◇재할인율 올리고 암시장 단속=베트남 중앙은행은 인플레 차단을 위해 8일 기준금리로 활용되는 재할인율을 11%에서 12%로 1%포인트 인상했다. 9%에서 11%로 올린지 한달만이다.

할인율 역시 7%에서 12%로 한번에 5%포인트 올렸다. 중앙은행이 지난해 11월할인율을 6%에서 7%로 올린 것을 고려하면 6개월도 안돼 할인율이 2배 껑충 뛴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재할인율 인상에 대해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베트남 정부가 인플레를 제한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아그리뱅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베트남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금리인상 결정은 은행의 자금여력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는 앞서 인플레 차단을 위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5.3%에 달했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5% 미만으로 낮추기로 하고 정부지출을 10% 감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의 대출증가를 축소하고 국영기업이 보유중인 외환달러를 매각하도록 조치했다.

베트남 정부는 달러 암시장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달러와 금을 파는 하노이의 암시장이 정부단속을 예상해 8일부터 거래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달러는 은행에서 2만800동에 거래되지만 암시장에서는 2만2000동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베트남의 공산당 정부는 2008년 핫머니 유입으로 물가상승률이 28%에 이르자 달러 암시장에 대한 규제를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거래는 그후 곧 재개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공식환율로 달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은행 시스템 마련 없이는 암시장에 대한 규제는 효과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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