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사회에선 또 다른 큰 결정이 내려졌다. 바로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문제였다. 그날 이사회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3시간가량 진행됐다. 사전에 조율된 이사 선임 문제를 추인하는 자리치곤 꽤 걸린 셈이다. 그 이유가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 행사 건이었다.
출발점은 지난해 10월30일 이사회다. 이날 라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여기서 이른바 '신한 3인방'에 대한 스톡옵션 행사 보류 건도 결정됐다.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행사 여부를 결정하자는데 이사진의 의견이 모아진 때문이다.
이는 곧 기소를 당하지 않은 사람은 행사 권한을 보류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라 전 회장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는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았지만 검찰에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라 전 회장이 수령할 스톡옵션은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분량으로 30만7000주에 이른다. 지난 2009년 3만5000주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진 반납키로 했었다. 라 전 회장이 스톡옵션으로 챙길 평가차익은 지난달 28일 종가(4만7100원)을 기준으로 2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논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일부 재일교포 주주와 BNP파리바 측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BNP파리바가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 사태 책임자인데 스톡옵션 행사 권한을 바로 풀어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표결로 결정됐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은 표결에 앞서 자리를 떴는데 7명의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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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 행사가 내부 규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내분사태를 일으켜 금융권 전반에 혼란을 준 당사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과정뿐 아니라 시점도 흥미롭다. 신임 이사진 대신 기존 이사진이 처리토록 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걸어 잠근 자물쇠를 '스스로' 푼 꼴이다.
특히 라 전 회장은 스톡옵션 일부를 곧바로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스톡옵션 행사와 관련된 서류를 신한금융에 제출했다. 차기 이사진의 결정으로 미루기엔 그만큼 시기적으로 급박했다는 얘기가 된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이에 대해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라 전 회장이 신한 사태 책임자이자 금융당국에서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사람이기 때문.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스톡옵션을 취소당했던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과 비교하는 이도 적잖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확한 보고를 받은 바 없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겠지만 여러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