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대박도 있던데" 이석채 KT 회장의 한숨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1.02.28 14:58
글자크기

최근 1년 주가 고작 1.2%↑… 해외통신사·부품주 활약과 큰 대조

↑ 이석채 KT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석채 KT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석채 KT 회장의 고민이 깊다. 스마트폰 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던 기대가 어긋나고 주가도 지지부진하면서다. 직접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띄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28일 한국거래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37,250원 ▼450 -1.19%) 주가는 지난 25일 종가(3만9550원) 기준으로 지난해 초보다 1.2%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1.9%)을 한참 밑도는 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에도 못 미치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지난 22일 이 회장이 4960주를 장내매수한 것을 비롯해 25일까지 임원들이 2만7280주, 10억원 어치를 사들이는 동안에도 주가는 꿈쩍하지 않았다. 28일 오후 2시45분 현재가를 감안하면 오히려 1% 하락한 상태다.

보통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자신감의 신호로 해석,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효과마저 통하지 않은 셈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외 통신사와 비교하면 박탈감이 더하다. 미국 내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의 주가는 지난해 초보다 16.2% 올랐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 엔티티 도코모(NTT DoCoMo)와 소프트뱅크도 이 기간 각각 17.6%, 51.3%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이 막 보급되던 지난해 초 동반수혜 전망이 나왔던 부품주의 활약이 속쓰린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하는 인터플렉스 (15,710원 ▼340 -2.12%)가 지난해 8250원에서 3만3100원으로 301.2% 오르는 등 부품주는 두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KT 주가 부진의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정책 리스크가 꼽힌다. 연초부터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의 첫 타깃으로 통신요금 인하가 추진되면서 투자심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가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가입자에게 무료통화 20분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달 초 기획재정부는 요금인가제를 폐지, 통신업체가 요금경쟁에 나서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개선되더라도 요금 인하 압력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KTF와의 합병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해 실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6.7% 늘어난 20조2335억원, 영업이익은 117% 늘어난 2조533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6월 합병한 KTF 실적을 1~5월에도 소급 합산해 도출한 수치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영업이익 증가는 2009년 말 명예퇴직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 덕이 적잖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스마트폰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오성권 교보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매출 증가효과가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수 연구원도 "지난해 스마트폰 판매량이 700만대"라며 "이 정도면 실적 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초당 과금제, 접속료 재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요금 인하 이슈와 결합되면서 희석,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이슈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주가는 지나친 저평가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7월에도 아이폰4 도입 지연, 요금 인하 경쟁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연말 배당시즌에 이전 고점을 회복했다"며 "요금인하 이슈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