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 기사는 02월21일(10:5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전KPS 지분 대량매매(블록세일)와 관련 대주주인 한국전력공사 (21,150원 ▼150 -0.70%)의 무리한 백스톱(back-stop) 요구로 인해 국내외 증권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은 무리한 계약인줄 알면서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한전의 위상을 감안해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KPS 지분 블록세일 주관사 입찰을 하루 남기고 국내외 IB들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전이 주관사 참여의 선제 조건으로 백스톱 계약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전의 요구는 다소 무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한전KPS 지분은 마케팅이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실적 리스크가 현실화되며 주가가 최근 3개월간 30%이상 급락한데다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 올릴 마땅한 호재도 없다.
아울러 한전KPS (35,250원 ▼150 -0.42%)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20배로 이미 코스피 평균보다 50%이상 높다. 지난해 예상 순이익은 1108억원, 올해 예상 순이익은 1190억원으로 성장세도 정체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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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상황에선 한전KPS를 한전이 원하는 가격대에 매각할 IB는 거의 없다"며 "백스톱 계약을 맺고 블록딜에 나설 경우 적지 않은 물량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전이 보유 중인 KPS 지분 15%의 전체 가치는 현 시가 기준 2800억원이다. 아직 매각 규모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만약 마케팅 실패로 주관사가 떠안게 된다면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전의 눈높이가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KPS 주가는 지난해 원자력발전 이슈를 타고 7만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이 때 한전이 원하는 적정 매각가도 5만원 중반~6만원 중반 선으로 따라 올랐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때문에 현 수준보다 주가가 최소한 25% 이상 올라야 한전과의 원활한 매각 시점·가격 결정이 가능해질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전의 백스톱으로 인해 손해를 본 우리투자증권의 사례 역시 IB들을 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블록세일을 주관했던 우리투자증권은 백스톱으로 인수한 지분 5%(225만주)의 가치가 1500억원에서 970억원으로 떨어져 30% 이상 평가 손실을 낸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리 발을 빼는 IB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 JP모간증권 등 일부 외국계 IB는 KPS지분 백스톱 계약의 리스크가 지나치다고 판단, 최근 입찰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3년 간 지분을 매각하지 못한 한전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며 "할인율을 높게 부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마케팅 실패의 책임을 모두 주관사가 부담하는 계약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