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분쟁은 병, 빨리 치료받아야 완치"

머니투데이 김만배, 김훈남 기자 2011.02.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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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화우 정덕모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의 정덕모 변호사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grsh15@↑법무법인 화우의 정덕모 변호사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grsh15@


"당사자에게 한발 물러나야 했던 법관시절과 달리 당사자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억울한 사연을 밝혀서 분쟁을 해결해 줄 땐 보람도 느낍니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지난해 2월 변호사로 변신한 법무법인 화우의 정덕모(55·사법연수원 13기) 변호사. 변호사 일을 시작한 이래 그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이 아닌 의뢰인이 수감돼 있는 구치소로 출근한다. 오전 9시 접견에서 의뢰인의 사정을 하나하나 듣고 나서야 사무실로 돌아와 업무를 시작한다.



1986년 판사로 임용,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25년간 법관으로 살다 변호사로서 1년을 살아온 정 변호사. 민사와 형사를 넘나들며 재판을 지휘하기도, 당사자의 입장에서 변론을 해오기도 한 일명 '고수' 반열에 오른 그에게 법적 분쟁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법적 분쟁은 질병과 같다= "병이 나면 자기가 해결 못하자나요? 병원에 가야하죠. 법률문제도 똑같습니다" 정 변호사는 민·형사상 분쟁을 한마디로 '질병'으로 표현한다. 발병 시 전문가인 의사에게 증세를 보이고 치료를 받듯 법률상 발생하는 문제 역시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개 민사상 문제로 법원을 찾는 이들은 감정이 극에 달해 오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갈등을 장기간 지속시키느니 빨리 법의 판단을 받아 사안을 정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어 "중증이 돼 법원에 오면 오히려 사안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 변호사는 "예전에는 평생 법원에 한 번도 안 오고 살 수 있었다"며 "하지만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 평범한 사람들도 갈등이나 다툼에 휘말리고 결국 법원이 개입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처음부터 법원을 너무 어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복잡한 문제일수록 제3자의 판단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소송을 준비하면서 변호사와 상담하고 쟁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해결될 가능성도 많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도 법률 자문은 필수= 법적 분쟁을 예방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하는 것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 간 분쟁에 대해 의견을 묻자 정 변호사는 서울고법 민사 재판부를 담당하던 시절 일화로 이야기를 풀어 갔다.

부동산, 건설 전담 재판부 담당하던 그는 공사계약 분쟁의 조정기일에 참석한 당사자에게 "어떻게 계약서를 이렇게 작성할 수 있냐"고 물었다.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에 달하는 공사계약이었지만 계약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설명. 어찌 보면 계약당사자간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허술한 계약서일수록 각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대기업은 법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내부에 있어서 소송이 진행돼도 쟁점이 분명하다"며 "그러나 내부에 법무시스템이 없는 중소기업은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 관련 분쟁에서 하도급, 재하도급 계약서를 보면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당연히 분쟁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예를 들었다.

민사뿐만 아니라 형사사건도 법무시스템이 없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 재판에서 강도·강간·살인 등 강력사건이 주를 이뤘던 20여년전과 달이 최근엔 경제사범이 가장 많다"며 "배임 범죄 같은 경우는 피고인이 법에 저촉된다는 사실조차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1인 회사의 경우 형식이 주식회사라도 오너 마음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채권자와 관계가 있는데 어떤 일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실 계열사에 다른 계열사의 돈을 대출하는 것도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돈을 옮기는 것쯤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모두 법률 자문이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민·형사상 법적 분쟁을 줄이는 길은 법률적 자문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것으로 요약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자체 법무 관련 부서를 운영할 수 없는 중소기업일지라도 전문가와 계약 등을 통해 수시로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 변호사는 "기업 규모를 떠나 법률 시스템을 갖는 게 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라며 "이제 기업을 경영하려면 법률 비용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 자문을 구하면 불필요한 형사사건도 피할 수 있고 그밖에 분쟁들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며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승자건 패자건 결국 손해가 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화우의 정덕모 변호사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grsh15@↑법무법인 화우의 정덕모 변호사 ⓒ사진=류승희 인턴기자 grsh15@
◇법조인도 전문화 시대…법률 지식과 함께 언어능력도 갖춰야=후배 법조인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법조인으로서 가져야할 전문지식과 언어능력을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큰 책임을 지고 살지만 법조인은 남의 일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데 힘든 것은 당연하고 그밖에 습득하고 연마해야하는 부분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로 진행할 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법조인은 그에 걸맞게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변호사 시장 개방에 대한 조언도 덧붙었다. 정 변호사는 "미국이든 유럽이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개방은 대비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법률지식과 똑같은 무게로 언어가 무기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법연수생 2년차는 자신이 원하는 보직을 받을 수 있도록 시험공부도 많이 하고 그만큼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며 "그러나 그 업무강도가 법조인을 사는 동안 계속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올해로 2년째를 맞이하는 사법 연수생에게 했던 조언으로 후배들에 대한 당부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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