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값 착시' 분할주…"실적 없인 허상"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1.02.1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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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식을 쪼개 한 주당 가격을 낮추는 액면분할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유통되는 주식을 늘려 거래를 활발하게 하겠다는 게 목적이지만 증시가 조정기에 접어든 가운데 주가가 싸 보이는 '착시효과'를 기대하는 심리도 엿보인다. 주식을 쪼개도 자본이득이나 시가총액이 변하지 않는다.일부 기업은 대주주 물량을 처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식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대한제당 (3,160원 ▼30 -0.94%), 케이씨피드 (2,500원 ▼10 -0.40%), 행남자기 (66원 ▼2 -2.94%), 삼영화학공업, 삼아알미늄 (79,500원 ▲1,000 +1.27%), 쌍용머티리얼 (2,780원 ▲20 +0.72%), 팀스 (27,650원 ▼300 -1.07%), 페이퍼코리아 (848원 ▲3 +0.36%) 등 8곳에 이른다. 같은 기간 지난해(5곳)와 2009년(3곳)에 비해 증가했다.



액면분할은 유통주식수 확대를 통해 거래량을 늘리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지난 1일 주식분할을 결정한 삼아알미늄의 하루 평균 거래주식 수는 4000주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1000주에도 못 미친 날이 28거래일 가운데 13거래일에 이른다. 지난달 4일과 6일에는 각각 280주, 390주만 거래됐다.

삼아알미늄은 상장주식 수가 110만주에 불과한 데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2%에 달해 유통주식 수가 적다. 기관 투자자 지분 등을 고려하면 실제 유통되는 주식은 20~30%에 불과하다.



지난달 27일 주식분할을 결정한 쌍용머티리얼의 경우도 비슷하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거래주식 수는 2만주 남짓이다. 1만주에도 못 미친 날이 14거래일이고 지난달 5일과 7일에는 각각 1900주, 2840주만 거래됐다.

주식분할 공시 뒤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도 적잖다. 지난 11일 장 마감 뒤 분할 공시를 낸 케이씨피드는 14일 개장과 함께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마감까지 상한가를 유지했다. 지난 1일 장중 분할 공시를 낸 삼아알미늄도 당일 상한가 마감했고, 퍼시스에서 인적분할된 팀스는 상장 첫날인 지난달 25일 액면분할을 발표하면서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팀스의 경우 대주주인 손동창 퍼시스 회장 등이 지난달 31일 장중 5거래일째 상한가를 기록하던 중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 주식분할을 대주주 지분 처분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손 회장 등 대주주는 이번 매도로 9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챙겼다.
'싼값 착시' 분할주…"실적 없인 허상"


이 때문에 무작정 주식분할 효과에 베팅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분할 효과는 대부분 반짝 강세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주식분할에 나선다고 해서 꼭 주가가 오르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팀스, 삼아알미늄 등 대부분의 주식분할주는 단기 강세 뒤 이미 원래 주가로 돌아간 상태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0% 이상 급감한 대한제당의 경우 14일 주식분할 공시에도 불구하고 전거래일보다 4.31% 하락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유통주식 수가 적은 일부 기업에는 주식 분할이 호재가 될 수 있지만 주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실적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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